우울한 가정의 달… 학대받는 어린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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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더미서 키운 여아
차속에서 개 6마리와 함께 생활… 외할머니-친모 영아학대로 입건

생후 7개월 된 여자아이는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 찬 카니발(9인승 승합차)에 하루 종일 방치됐다. 비좁은 차 안에서 개 6마리까지 아이 곁을 뒹굴었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주민센터 인근 공원 주차장에 포장용 테이프로 창문을 가린 카니발 차량이 나타난 것은 지난해 10월. 차량 주인은 승복을 입은 하모 씨(39)와 악취를 풍기는 김모 씨(56·여)였다. 두 사람은 하 씨가 스님으로 행세하며 시주받은 돈으로 생활했다.

한 달여 전 김 씨는 갓난아기를 데리고 나타났다. 열린 문으로 차 안을 들여다본 주민들은 경악했다. 차 안은 종이박스와 플라스틱 병, 대소변으로 가득했다. 주민 A 씨는 “대소변을 차 안에서 해결하는지 페트병에 담긴 소변은 차 밖으로 버리고 비닐봉지에 담긴 대변은 차에 방치했다”며 “도저히 아기가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아기를 걱정한 주민들이 도와주려고 나섰지만 김 씨는 “남을 돕고 살 뿐 도움을 받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아이가 개와 함께 지내는 게 위험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내가 아니면 보신탕 집으로 끌려가 목숨을 잃을 처지라 거둬준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10여 일 전부터 김 씨가 “단식을 한다”며 아기와 함께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일부 주민은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자 죽은 줄 알았다고 한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김 씨와 하 씨를 검거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의 딸이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무작정 어머니에게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혐의로 검거된 김 씨의 딸은 일주일에 한 번 아기를 만나러 카니발 차량으로 찾아왔다.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고 어머니 김 씨에게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남에게 하지 마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아기 건강에 큰 이상은 없다고 한다. 아기는 서울시가 보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굿네이버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0세 영아 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해 1분기(1∼3월) 67건, 2분기(4∼6월) 80건, 3분기(7∼9월) 93건으로 늘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영아학대#쓰레기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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