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카페]학습권 소외로 미래 불투명… 프로게이머 꿈나무 시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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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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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규 산업부 기자
박창규 산업부 기자
고교 1학년생인 A 군(16)은 프로게이머다. 주 종목은 인기 온라인 PC게임 ‘스타크래프트 2’. 그는 또래처럼 등교하지만 오전 수업이 끝나면 선수단 숙소로 간다. 이때부터 실질적인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오후 8∼9시는 의무 연습, 밤 12시까지는 개별 연습을 한다. 잠자리에 들 시간에도 마우스를 내려놓기 힘들다. 아직 연습생이라 정식 경기에 참가하려면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해야 한다. 당연히 학교 공부는 뒷전이다.

한국e스포츠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프로게이머는 현재 243명이다. 이 중 18세 이하의 미성년자는 16명이다. 5명은 만 16세 미만이다. 만 16세 미만은 정부가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시행하는 ‘셧다운제’ 적용을 받는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뛰는 선수도 1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온라인으로 벌어진 해외 ‘스타크래프트 2’ 대회에 참가했다가 셧다운제 때문에 경기를 잠시 중단했던 중학교 3학년 이모 군(15)도 소속사가 있는 프로게이머이지만 협회 등록은 안 돼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학생 스포츠 선수들의 인권과 학습권 보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선수 활동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더라도 큰 지장이 없게 하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부터 축구, 야구 등 58개 종목 청소년 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는 예외다. 그래서 미성년 프로게이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서 보낸다. 학교생활을 못해 아쉽지만 성공하면 스타가 되고 한 번에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게임에 인생을 건다.

교과부 측은 “온라인 게임은 대한체육회 가입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선 사안별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게임산업을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도 “온라인 게임이 정착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미성년 프로게이머도 많지 않아 아직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많은 청소년이 프로게이머를 꿈꾼다. 게임산업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그 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성공하면 다행이다. 그러나 어느 종목이나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기보다 어렵다. 더욱이 변화의 속도가 빠른 게임은 선수들의 생명이 일반 스포츠 종목에 비해 짧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미성년 프로게이머에 대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창규 산업부 기자 kyu@donga.com
#비즈카페#프로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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