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지도부 교체, 선거 포기하자는 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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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하루 4번 작심 발언… 후보 흔들기 경고
안대희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땐 사퇴”
朴-선대위의장단 한밤 긴급회동 “지도부 퇴진없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8일 당 일각의 당 지도부 퇴진론에 대해 “지금 여기서 다 뒤엎고 새로 시작하자는 것은 선거를 포기하자는 얘기나 같다”며 수용 불가 태도를 명확히 했다. 박 후보는 작심한 듯 이날 충청권 방문 일정 동안 3번이나 이와 비슷한 발언을 했다. 최경환 의원이 후보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났는데도 지도부와 친박 퇴진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이를 ‘후보 흔들기’로 규정하고 강력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이날 밤 선대위 의장단과 긴급 회동했다. 박 후보는 “지도부 퇴진은 없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전직 비상대책위원들은 이한구 원내대표의 선대위 퇴진을 요구했으며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에 반대하며 사퇴 배수진을 치고 나서는 등 새누리당 내홍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박 후보는 이르면 9일 친이(친이명박)계가 대거 합류한 선대위 인선안을 일부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당내 갈등을 권력투쟁으로 인식

박 후보는 남경필, 유승민 의원 등의 지도부 2선 퇴진론을 당내 ‘권력투쟁’의 시각에서 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박 후보는 이날 충북 언론사 보도·편집국장과의 오찬에서 “위기 상황 때는 항상 당이 시끄러웠다. 권력과 자리 싸움이 있는 것이 정치권의 특징”이라며 “남을 손가락질하기에 앞서 ‘나는 수수방관하지 않았나’,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나’ 자문해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선거가 내일모레인데 막바지에 모든 것을 교체하자며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분명한 입장”이라고도 했다.

친박 진영에서는 박 후보가 사퇴 불가 의사를 명확히 밝힌 만큼 더는 지도부 교체론을 공식화하기보다 황우여 대표와 이 원내대표가 스스로 선대위에 불참하고 당무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를 바라는 의견이 많다.

한 친박 관계자는 “후보는 ‘지도부 선대위 불참안’에도 아직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그 정도는 지도부가 결단해 줘야 수습이 된다”고 말했다. 소장파 재선 의원 5명은 이날 저녁 이학재 후보실부실장과 만나 인적쇄신론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지도부 퇴진론의 선봉에 섰던 유 의원과 남 의원은 이날 말을 아꼈다. 그 대신 전직 비대위원들은 이날 저녁 긴급회동을 하고 “후보의 공약인 경제민주화를 백안시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합치하지 않는 발언을 일삼은 이 원내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이 원내대표 실명을 거론하며 선대위 의장단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 朴 “당내 갈등은 권력싸움”… 선대위의장단과 한밤 긴급회동 ▼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우리는 김종인, 안대희 위원장이 우리 당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100% 확신한다. 두 사람이 물러나면 대선 가도가 굉장히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비서진이 오늘의 사태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서진까지 거론했다. 이들은 “이 길이 아니면 박 후보의 대선 승리는 고사하고 당의 존립조차 위태로워지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고 확신하기에 박 후보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박 후보를 직접 압박했다. 일부 비대위원들은 김무성 전 의원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임명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안대희, 김종인 달래기

안대희 사퇴 배수진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안대희 사퇴 배수진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광옥 전 민주당 고문 영입에 반발하고 있는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의 결기는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만일 새로 영입한 분들이 중요한 직책을 맡아 임명된다면 저와 쇄신위원 상당수가 사퇴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 충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쇄신의 동력이 상실돼 위원회가 역할을 할 수 없고, 후보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감표 요인인데도 직을 걸고 충언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 측은 “후보를 압박하거나 한 전 고문과 힘겨루기를 하는 차원이 아니다”며 “안 위원장이 ‘앞으로도 후보와 당, 국민을 위해 진심으로 정치쇄신 작업을 이어 나가고 싶다’고 밝힌 것처럼 후보를 진정으로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한 전 고문이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안 위원장이 반발하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며 “오히려 검찰 쇄신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한 것을 듣고 ‘사퇴 불사’ 기자회견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 측은 안 위원장의 강한 의지를 확인한 뒤 한 전 고문과 접촉해 상임고문 역할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전 고문 측은 상임고문 제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 전 고문도 “국민대통합위원장이 아니면 내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한 핵심 당직자는 “박 후보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며 “안 위원장과 한 전 고문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막다른 길에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와 안 위원장은 9일 정치쇄신특위가 주최하는 ‘국민대통합을 위한 정치쇄신 심포지엄’에서 만날 예정이다.

朴 “KAIST 명예박사예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전 유성구 KAIST를 방문해 과학자들과 간담회를 연 뒤 본관 로비에 있는 자신의 명예박사 사진을 발견하고 웃고 있다. 대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朴 “KAIST 명예박사예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전 유성구 KAIST를 방문해 과학자들과 간담회를 연 뒤 본관 로비에 있는 자신의 명예박사 사진을 발견하고 웃고 있다. 대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나흘째 당무를 거부해 온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업무 복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은 7일 통화했고 9일 만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불만스럽지만, 선거 도중에 사퇴하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강한 실천 의지를 밝히고 전권을 부여하는 모양새를 취하면 복귀 가능성이 크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한편 이날 박 후보는 대전·충북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고 대전 KAIST를 방문해 과학기술인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흔들리는 충청권 민심을 잡는 동시에 이공계 출신인 자신의 장기를 살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채널A 영상] 타들어가는 박심(朴心)…지도부 퇴진론에 ‘김무성 카드’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대전·청주=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근혜#지도부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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