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맨’만 곁에… 朴, 배신의 트라우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근 들어 지도부 2선 퇴진론, 친박 퇴진론에 대한 당내 공감대가 커지는데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는 후보 특유의 ‘용인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8일 박 후보의 용인 스타일을 한 측근은 ‘보안과 배신의 트라우마’, 다른 측근은 ‘신뢰의 역설’이라고 정의했다. 워낙 업무에 보안을 중시하기 때문에 소수의 신뢰할 수 있는 사람만 중용하고, 자신이 볼 때 그 신뢰를 깬 사람은 다시 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근혜 스타일’의 핵심이라는 것.

그 배경에 대해 한 측근은 “아버지가 최측근인 김재규의 총에 죽음을 맞은 충격에다 아버지 죽음 이후 안면을 바꾼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 정치권 입문 이후에도 선거 때마다 도움을 요청했다가 당선되면 돌아서는 이들에 대한 각종 배신감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가 지도부 2선 퇴진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여기는 바탕에도 “그들은 위기 때마다 지도부와 후보를 흔들어대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2007년 경선 이후 소원해진 김무성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도 마음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올 8월 대선후보 확정 후 당시 실무진들은 유 의원을 대선기획단장 후보 중 한 명으로 올린 데 이어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안으로 김 전 의원을 총괄본부장, 유 의원을 종합상황실장으로 올렸으나 박 후보는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잣대가 엄격하다보니 새로운 사람으로 바꾸는 데 대한 부담감도 크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박 후보는 당 지도부에 대해 “치밀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지만 정작 교체하자니 그 대안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 후보의 ‘직할통치’ 리더십에 대한 내부 문제 제기도 있다. 박 후보는 모든 사안을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측근 의원과 실무진 몇 명에게 개별적으로 각각 역할에 맞게 지시한다. 그러다보니 의원들과 실무진들은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자연스레 서로 과잉충성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 믿을 수 있는 소수와 일을 하기 때문에 다수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이 모든 건 그의 강한 ‘보안 의식’ 때문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그룹 토론’ 자리를 마련하자고 후보에게 건의해도 수용되기 힘든 이유다. 한 핵심 측근은 “그룹 토론은 후보의 뜻이 실무진에게 왜곡 없이 전달되는 동시에 실무진들도 서로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후보는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과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보여야 하는 점을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채널A 영상] 단독 / 박정희-박근혜 육성 발언 비교해보니…


#박근혜#용인 스타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