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1000만명을 게임세계로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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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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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팡 내 최고점수=88176점… 함 도전해봐”

‘[애니팡] 내 최고점수=88176점. 함 도전해봐 ㅋㅋㅋ’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달된 이 한마디가 친구의 친구를 굴비 엮듯 끌어들였다. 7월 말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게임업체 선데이토즈가 만든 ‘애니팡’이라는 게임 얘기다. 그리고 한 달 남짓 시간이 흐르자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3분의 1인 1000만 명이 이 게임을 내려받았다. 30대 젊은이 세 명이 창업한 작은 게임회사 선데이토즈는 애니팡 하나만으로 이미 하루에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사실상 거의 모든 스마트폰 사용자가 쓰고 있는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이 모바일 게임과 만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 카톡과 스마트폰이 만나 게임으로

애니팡만이 아니다. ‘가로세로 낱말 맞추기’ ‘그냥! 사천성’ ‘보석팡’ 등 다양한 게임이 카카오톡 덕에 날개를 달았다. 이 게임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됐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서비스 하는 업체 카카오가 11일 애플 아이폰에도 카카오 게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카카오 게임’들이 무료 앱 순위 1∼6위를 휩쓸고 있다.

이 게임들의 특징은 매우 단순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애니팡은 바둑판 모양의 판을 가득 채운 동물들의 얼굴 모양을 보고 가로나 세로로 놓인 같은 얼굴 3개를 짝지으면 얼굴들이 사라진다.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이 없애는 게 목표다. 단순한 퍼즐 게임이지만 카카오톡 덕분에 새로운 재미가 있다. 친구들과 최고점수를 경쟁할 수도 있고, 다른 친구를 끌어들이면 게임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가상화폐인 ‘하트’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자체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카카오톡이 게임을 자연스럽게 홍보해준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렇게 3000만 명이 넘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입소문을 주고받았고, 카카오 게임은 기하급수적으로 사용자를 늘렸다.

카카오는 이런 식으로 애니팡을 비롯한 게임 13종을 카카오톡과 연동해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게임 개발사는 카카오톡으로 사용자를 늘려 게임 속 아이템 등을 팔아 돈을 벌고, 카카오는 수수료를 받으면서 서로 ‘윈윈’하는 수익모델도 만들었다. ‘아이러브 커피’라는 게임은 서비스 시작 3일 만에 하루 1억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였다.

○ 모바일 게임=제2의 온라인 게임

사실 이런 방식의 수익모델을 처음 만든 건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이었다. 페이스북은 게임회사가 페이스북용 게임을 만들어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나 이 게임 해봤는데 재미있더라, 함께 하자”고 초청하게 하는 기능을 만들었다. 이른바 ‘소셜 게임’의 시작이었다. 그 덕분에 ‘징가’ 같은 게임회사가 급성장하기도 했다. 카카오 또한 이런 모델을 한국에 도입해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4636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세계 최대 모바일 게임 시장인 일본(약 1조3200억 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진흥원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높은 보급률과 카카오톡의 성공 덕분에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PC용 온라인 게임 시장처럼 일본을 능가하는 성장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카카오톡#애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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