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회장, 女지적장애인 3명 성추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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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급 지적장애인 A 씨(25·여)는 지난달 중순 오후 6시 반 충남 청양군 집 부근 공터에 도착했을 때 잠시 싫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눈을 감았다. 직장인 장애인근로센터에서 자신을 태우고 온 옆자리 남자는 “말을 듣지 않으면 회사에서 자르겠다”며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모 장애인단체의 회장 이모 씨(58)였다.

이런 성추행이 반복됐지만 제대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A 씨 등 지적장애 2, 3급 여성 장애인 3명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한 달에 서너 번씩 이 씨의 추악한 손길에 시달려야 했다. 퇴근시켜 준다며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기도 했고 쉬는 날 집에서 불러내기도 했다.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을 지으며 싫다고 해봤지만 고용권한을 앞세운 이 씨의 협박에 매번 홀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 씨는 장애인을 지원해주는 장애인단체 회장인데다 청양군에서 위탁받아 피해 여성들을 포함한 20여 명의 장애인을 고용해 근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씨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에 의존해야 거동이 가능한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이 씨는 “성추행을 신고하면 해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형편이 어렵고 독자적인 경제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한 피해 여성 장애인에게 일거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가장 큰 위협이었다.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든 근로센터에서 철망과 김을 생산하며 희망을 키워가던 피해 여성들에게는 좌절과 상처만 남았다.

충남 청양경찰서는 1일 이 씨를 성폭력 범죄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사표시가 어려운 동료 장애인만 골라 해고한다고 위협해 성추행해온 죄질로 보면 구속 수사가 마땅하지만 이 씨 역시 중증 장애를 갖고 있어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청양=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장애인 성폭행#사건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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