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견의 벽에 난 ‘문’이 되었으면”

길 과장은 2001년부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10년간 근무한 ‘장애인 고용의 전문가’다. 2006년경부터 장애인 인력을 꾸준히 늘린 삼성전자는 지난해 장애인 채용과 직무 배치에도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영입했다. 길 과장이 장애인 관련 업무만 전담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동료 직원들처럼 채용 업무 전반을 담당한다.
그는 “장애 유형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데 구직자건 직원이건 장애인이 자기 사정을 먼저 회사에 알리고 필요한 걸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청각장애인이라도 수화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면접 전에 수화통역사가 필요한지 컴퓨터를 이용한 대필 서비스가 더 편한지 물어봐야 한다.
○ ‘어?’ 하는 표정이던 면접관 기억 나
길 과장 자신이 장애인이 취업 과정에서 얼마나 힘든 일을 겪는지 뼈저리게 느낀 당사자다. 10여 년 전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30곳 이상의 민간 기업에 서류와 필기 전형을 통과해 면접을 보러 갔지만 단 한 곳도 합격하지 못했다. ‘어? 장애인이 왔네?’라는 표정으로 놀라던 면접관들도 있었다.
장애인도 별 차이 없이 일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게 기업의 무지와 편견이다. 반대로 정부나 장애인도 무조건 ‘채용을 늘리라’고 요구만 하고 정작 기업이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심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게 길 과장의 생각이다.
길 과장은 “장애인을 수혜자가 아니라 납세자로 만드는 게 사회와 당사자 모두에게 최고의 복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에서 장애인 근무자가 늘어나면 비장애인과의 조화 문제가 중요해질 것 같다”며 “거기서도 내가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