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AIST]KAIST 교수들, 학생들에게 사랑의 詩-편지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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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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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각오로 공부하되 나약함을 이겨다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잃는 것이 가장 두렵다


12일 KAIST 학부와 대학원 각 학과 문서담당자들에게 테크노경영대학원 이재규 교수의 e메일이 날아들었다. e메일에는 “1만535명의 학부와 대학원생에게 꼭 전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사랑하는 제자들아’라는 시(오른쪽)가 첨부돼 있었다.

글을 읽었다는 10학번 김성영 씨(20·무학과)는 “같은 학번 학우들이 이번에 극단적인 선택을 많이 했고 그 이후 잘못된 학교 비판이 많아 울적했는데 이 교수님의 편지가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윤리학과 분석철학을 가르치는 미국인 제프리 화이트 교수(42·초빙교수)가 이날 제자들에게 보낸 e메일은 학생전용게시판에도 올라 많은 학생의 공감을 샀다. 화이트 교수는 편지에서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이해 못하는 것을 너무 큰 실패로 생각하고 자신감을 잃는 것 같다”며 “삶이 가치 없는 것처럼 보이고 자아가 혼란스러워질 때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은 KAIST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이미 실력을 증명한 것”이라며 “영어수업은 아주 사소한 문제일 뿐이며 학점보다 삶이 더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 내가 유용한 도구로 쓰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화이트 교수는 “학창 시절(고교)에는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학원을 전전해왔지만 대학에 들어와서는 모든 걸 혼자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며 “잇단 자살사건으로 학생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며 조언을 부탁하는 e메일이 줄을 이어 학생들을 돌봐야 할 책임이 있는 교수로서 e메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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