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한국군 전력이 북한군보다 질적으로 앞선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 “한국군이 전술과 전력 운용 측면에서 오히려 북한군에 뒤지는 게 아니냐.”
지난해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막강 군사력을 자랑하던 한국군의 허술한 대응 태세가 군 안팎에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북한의 어떤 도발도 완벽히 대처할 수 있다고 장담하던 한국군이 천안함 폭침에 허둥대는 모습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불신을 초래했다. 물론 군 당국은 북한의 선제 기습에 맞서야 하는 ‘방어자’로서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북한의 교묘하고 무차별적 도발에 번번이 당하는 것은 한국군이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대남 전술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음을 입증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천안함 사건은 북한에 대한 한국군의 비대칭 전력 열세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표적 비대칭 전력인 잠수함으로 영해를 침범해 해군 초계함을 격침시킴으로써 남측의 의표를 완벽히 찔렀기 때문이다. 한국군이 보유한 잠수함은 10여 척인 데 반해 북한은 로미오급, 연어급, 상어급 등 70여 척을 보유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뿐만 아니라 북한은 오래전부터 대남 위협과 기습 도발에 다양한 비대칭 전력을 활용해 왔다. 이에 남한이 대응 차원에서 비대칭 전력을 갖추면 북한은 또 다른 비대칭 전력을 사용하는 등 남북이 끝없는 ‘비대칭전력 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운용하는 비대칭 전력은 핵과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장사정포, 잠수함, 특수부대 등이다. 천안함 폭침 이후 한국군이 대잠수함 경계에 치중하자 북한은 해안포를 이용한 연평도 포격으로 다시 의표를 찔렀다.
한국군이 1990년대 이후 고성능 첨단무기를 증강 배치하면서 재래식 전력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자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냈다.
이에 한국군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으로 수백 km 떨어진 곳에서 발사해 목표물을 정확히 찾아내는 대북 타격용 초정밀 유도무기를 도입하는 한편 강력한 전자기파(EMP)를 방출해 전자통신장비를 무력화시키는 EMP탄을 개발하는 등 대응 차원의 전력을 보강했다.
하지만 북한은 또 다른 비대칭 역공을 계속했다. 북한은 GPS 수신을 교란하는 전파를 발사해 정밀유도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대남 전자전 카드를 꺼냈고, 지난해 8월에 이어 최근에도 수도권을 겨냥해 GPS 공격을 감행했다. 아울러 북한은 1980년대부터 양성한 600∼700명의 해커부대로 남한의 인터넷 웹사이트에 대한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등 사이버전을 통한 비대칭 도발도 획책하고 있다.
군 정보당국자는 “우리 군도 대북 전자전 장비를 보강하고 북한의 해커 공격에 대비해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관련 대책을 세웠지만 북한이 언제라도 또 다른 비대칭 도발을 감행할 수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군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 이후 전면전 위주의 대비 개념에서 벗어나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국지 도발 대비에 주력하고 있다.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은 22일 국방개혁 세미나에서 △전략적 정밀 타격 능력 확충 △공격용 헬기와 차세대 전투기 보강 △해병대의 신속대응군화 조기 추진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비대칭 전력 ::
상대방의 우위 전력을 피하면서 약점이나 급소를 공격할 수 있는 전력을 말한다. 전차나 야포 같은 재래식 무기가 아닌 핵과 생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화학무기, 특수부대, 사이버 전력, 잠수함 등을 꼽을 수 있다. 비대칭 전력은 고가의 첨단 재래식 전력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효과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