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작전’이후]작전참여 대원들 ‘긴박했던 4시간 58분’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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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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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포 든 해적이 최영함 조준… 내 방아쇠가 빨랐다”

신속대응팀 대책회의 삼호주얼리호 납치 해적 처리 문제로 오만에 파견된 외교통상부 신속대응팀이 24일 무스카트의 주오만 한국대사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 앞이 팀장을 맡은 이수존 재외동포영사국 심의관. 무스카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신속대응팀 대책회의 삼호주얼리호 납치 해적 처리 문제로 오만에 파견된 외교통상부 신속대응팀이 24일 무스카트의 주오만 한국대사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 앞이 팀장을 맡은 이수존 재외동포영사국 심의관. 무스카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달빛과 별빛이 유난히도 밝아 보였다. 그렇게 은밀 기동 20분째, 앞서 상공에 은밀히 선회하던 링스헬기에서 빨간 점으로 이루어진 불빛들이 삼호주얼리로 이내 내리 꽂혔다. 그 반대편에 있던 최영함도 사격을 시작했다. 전쟁터였다.”

21일 ‘아덴 만 여명’ 작전에서 삼호주얼리호에 진입했던 해군 특수전 부대(UDT/SEAL) 공격팀의 김모 중사는 한국인 선원 8명을 구출하던 긴박했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해군이 24일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에 참여했던 특수전 요원들의 수기를 공개했다. 수기 속에는 시작부터 종료까지 숨 가쁜 4시간 58분의 작전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수전 요원들은 1차 구출작전 때 발생한 지휘관 안병주 소령의 부상으로 인한 작전 차질을 우려하면서도 이를 계기로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새벽 3시, 총 기상 방송과 함께 눈을 떴다. 피탄 고글이 눈에 들어왔다. 3일 전, 1차 구출작전 때 대장님(안 소령)께서 착용했던 바로 그 피탄 고글이었다. 고글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검문검색대 공격1팀장 김규환 대위)

작전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펼쳐졌다. 김 대위는 “사격은 정확하게 진행됐고 최영함의 적외선 카메라와 저격수, 그리고 헬기에 포착된 해적들의 정보가 속속 들어왔다. ‘좌현 클리어! 선미 클리어! 우현 클리어!…’ 저격수의 사격 소리를 등에 업고 지금까지 훈련한 대로 서로를 믿으며 침착하게 인질을 구출하고 해적을 생포했다”고 회상했다.

구출작전이 펼쳐지는 현장에 대해 의무병 우성윤 상병은 “최루가스로 코가 매캐했으며 곳곳에 유리파편과 혈흔 등이 난무했다”고 묘사했다.

대성공으로 끝난 작전이었으나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해적 중 한 명이 RPG-7(로켓포)을 최영함 쪽으로 겨냥하는 것을 식별하고 조준사격을 실시해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만일 한 발이라도 우리 쪽으로 날아왔다면 아군 피해도 상당했을 것이다.”(저격수 박모 중사)

링스헬기에서의 지원 사격도 큰 역할을 했다. 병기 담당인 신명기 중사는 “‘쏘기 시작!’ 방송이 나왔을 때 두려움조차 느낄 시간적 여유도 없이 해적들을 향해 M-60 기관총 총구를 겨누고 평소 훈련한 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해적들은 우리 배를 향해 응사하지 못했다. 그동안 위협사격만 했기 때문에 해적들이 방심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구출작전의 숨은 영웅인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살리기 위한 긴급하게 응급처치를 했던 순간도 기록됐다.

“선원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입니다. 한국 사람은 고개를 들어주십시오’라고 외치자 그때야 모두 안도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때 선원 한 명이 ‘해적이 선장님을 쐈습니다’라고 하자 순간 가슴이 내려앉았다.”(김모 중사)

의무병 우 상병은 “복부 총상을 입은 환자(선장)의 혈색이 너무 창백했지만 의식도 있고 1차 응급 처치로 지혈을 해 혈압, 맥박 등이 모두 정상이었다. 의무실로 이송한 후 수액 주입 및 상처부위 응급처치를 하고 미 해군 헬기에 태워 보내고서야 안심했다”고 말했다.

링스헬기를 조종한 항공대장 강태열 소령은 “(작전 종료 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내가 부상당한 전우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는 가슴 뿌듯함이었다”며 “부대장님을 비롯해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 대원들 덕분에 작전이 성공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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