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케이팝 인더스트리⑧ 박준흠 가슴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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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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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유일의 대중음악전문지 '사운드' 발행인 겸 편집장
● 한류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대중음악의 질적인 부분도 고민해야…

대중음악 평론가이자 문화기획자인 박준흠(45)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미 10년째 활동 중인 문화기획그룹 가슴네트워크 대표, 한국대중음악상 기획자이자 운영위원, 인천펜타포트 페스티발 및 가슴네트워크축제 총감독….

2000년 이후 펼쳐진 상당수 인디가요 축제의 기획과 실행에서 그는 언제나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그의 인디음악에 대한 애정은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가 지난 연말 또 한번의 도전에 성공했다. 4~5년간 국내에서 존재하지 않던 대중음악 전문지를 부활시킨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중음악을 다루는 잡지가 다수 존재했지만 이후 음반 산업 퇴조와 소비계층의 변화로 음악전문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 "지금, 여기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 사운드 창간
한동안 사라졌던 \'대중음악 비평지\'의 공백을 메워준 <대중음악 SOUND>
한동안 사라졌던 \'대중음악 비평지\'의 공백을 메워준 <대중음악 SOUND>

그가 복원의 기치를 내세운 매체명은 '대중음악 사운드(SOUND)'. 음악비평지 성격과 함께 대중음악 현장을 함께 담으려는 노력도 빼곡히 담았다. 다만 전문비평지 몰락의 시대에 상업성을 갖추지 못할 우려가 높아 장기생존을 위해 1년에 3회만 내는 무크지로 결정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 내로라하는 음악평론가 30여명이 필진으로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류와 케이팝이 아시아를 장악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철저하게 예술성은 빼놓고 매출액 등의 '숫자'로 한국가요를 설명하는 대목이 안타까웠어요. 한류도 문화상품이기 이전에 대중음악이라는 예술의 한 분야거든요. 우리가 지속가능한 한류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노래 그 자체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벌써부터 해외에선 '한국엔 아이돌밖에 없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사운드'는 그간 가요계 논쟁에서 소외된 음악성과 예술성을 복원하는 소중한 시도다. 그만큼 한국 가요계는 양적 팽창은 이뤄냈지만 여타 문화계와의 적절한 균형을 이뤄내는 데는 실패했다.

"한국가요가 아이돌 음악과 동일시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습니다. 오히려 한류를 더 확장하기 위해 '사운드'와 같은 존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한류팬들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은 언더그라운드, 우리가 흔히 인디 가수로 불리는 이들이 매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돌 가수들은 아직도 비평의 대상이 되기에는 수준이 미달하는 것일까? 상업가수에 대한 비평가능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비평의 대상이 될만한 오버라운드 가수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한다.

"언더든 오버이건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슈퍼스타의 등장이 절실합니다. 현재 우리 음악시장은 10대 여성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거든요. 한류이건 케이팝이건 10대에게만 의존하는 현실에서 한국의 대중음악은 더 이상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그 점을 빨리 깨닫고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슴 네트워크 박준흠 대표는 "한류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아이돌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대중음악이 독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슴 네트워크 박준흠 대표는 "한류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아이돌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대중음악이 독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모델은 1980년대의 대표가수인 이문세 같은 모델이다. 그는 철저하게 인디적인 방법으로 노래를 만들고 소극장 라이브를 중심으로 음악활동을 벌였지만 대중의 공감을 사서 100만장 단위의 음반을 판매했다는 것. 한국의 축적된 인디신에서 이문세 이상의 가수가 계속 나와 줘야 세계에 한국음악을 팔수 있는 통로와 소비계층을 확장할 수가 있다는 논리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디'란 노래의 장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방식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현재의 오버그라운드 상업음악계가 철저하게 매니지먼트 논리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아이돌로 돈을 추구할 뿐이지, 절대로 제2의 이문세를 배출할 구조도 아니고 의지도 없다는 사실이에요."

한국 영화계가 해외 영화제 수상을 계기로 시장을 확대한 것과 달리 한국 가요계는 10대 팬덤 현상에 기대 시장을 확대해 간 것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한마디로 예술성 분야에서는 평가를 박하게 받고 있다는 점이다.

■ 언더와 오버를 아우를만한 슈퍼스타가 나와야 할 때

그의 지적대로 케이팝은 절대적으로 10대들의 아이돌 팬덤 현상에 의존해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동안 침체기를 맞이했던 음반시장도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해외시장 개척으로 다시금 활력을 찾는 모양새다. 그러나 그는 이것 또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가 미국이나 영국의 음악이 좋다고 얘기하나요? 아니죠. 밥 딜런(미국)이나 비틀스(영국)의 음악이 좋다고 이야기 합니다. 철저하게 뮤지션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게 음악 산업의 특징입니다. 예술성과 동시에 대중성을 획득하면 비틀스처럼 수십 년간 히트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돌 스타는 아무리 히트해도 10년을 넘을 수가 없어요. 팬들도 20대가 지나가기 전에 떨어져 나갑니다. 산업의 측면으로 따져도 불리한 구조에요."
가수 이문세는 1980년대 가장 인디적인 방식으로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가수로 손꼽힌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가수 이문세는 1980년대 가장 인디적인 방식으로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가수로 손꼽힌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런 우려 때문에 한국에서도 인디음악과 상업음악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한 정책적 방안이 적지 않게 나왔다.

KBS MBC EBS 같은 지상파에서도 가요순위 프로그램 외에 '라라라' '음악창고' '스페이스 공감'등의 인디음악방송을 만들어 뮤지션들을 후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형편없이 낮은 시청률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MBC와 KBS는 인디뮤지션 방송을 포기했다.

"저라면 그 방송들을 철저하게 성인취향의 방송으로 만들었을 거예요. 방송에선 인디라고하면 록이나 펑크 밴드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명확하게 창작가요를 만드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을 선택해 잠재적 음악소비자인 30~40대 성인들을 타깃으로 기획했더라면 일찍 종영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겠죠. 대중음악 발전의 키워드는 아이돌이 아닌 일정 구매력을 갖춘 성인음악이거든요."

그가 20년을 한결같이 인디음악계에 주목하고 끊임없이 '판'을 벌이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발전 잠재력이 풍부한 예술영역이기 때문이다.

■ "인디영화 보다는 인디음악이 훨씬 더 가능성 높은 분야"

"흔히들 인디영화와 인디음악을 비교하는데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셔야 합니다. 영상산업은 1억짜리와 100억짜리가 그대로 100배의 품질 차이가 나는 분야에요. 그러나 음악이라면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충분하게 창작능력과 실험정신으로 도전하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거든요. 우리가 음악 산업을 말할 때 인디영역을 무시하지 말고 균형 발전시켜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준흠 가슴네트워크 대표
박준흠 가슴네트워크 대표

물론 인디에서도 간간히 스타들이 탄생했다. 2009년에는 '장기하'라는 걸출한 가수가 배출됐고 '크라잉 넛' '언니네 이발관' 등은 10년 이상 장수하는 밴드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이 밖에도 지난해엔 홍대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던 장재인이 '슈퍼스타K'에 출연해 깜짝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그는 이 정도로는 성에 안찬다고 푸념한다.

"그런 성과도 있었지만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음반시장에 확실하게 충격을 줄 수 있는 거대한 슈퍼스타의 탄생이 절실합니다. 분명히 인디 분야에서 나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에게는 충분히 그런 역량이 축적되고 있거든요. 한국의 대중음악은 보다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합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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