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장기채권 발행 축소, 저금리 장기화 부를수도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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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 연금 등 국내 장기 투자기관들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통 연금이나 보험사는 어느 선 이상으로 운용해야 할 수익률이 있는데 장기금리가 낮아질 경우 그 수익률을 맞추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최근 장기금리가 떨어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글로벌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나자 장기금리 하락을 전망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디플레이션 시기에는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채권이 가장 유리한 투자 대안이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장기 국채 투자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우량 기업의 주식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성장을 유지한 ‘한국’에 대한 투자가 채권시장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내 보험이나 연금 등 장기 투자기관의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나 현재 부채의 만기를 감안할 때 장기채권 발행이 너무 적다는 점이 장기금리의 추세적인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보험사와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이 1년에 각각 30조∼40조 원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 물량은 연간 80조 원에 불과한 것이 장기금리 하락의 근본 원인이란 얘기다. 특히 이 중에서도 10년 이상의 장기 국채 발행 물량은 전체의 50% 이하다. 게다가 보험사의 보유 채권 평균 만기는 5년도 안 된다. 꾸준하게 채권 만기가 돌아와 다시 사야 하는 형편인 것이다.

또한 내년 4월부터 보험사의 위험 평가 기준이 위험기준 자기자본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는 이전보다 적극적인 위험 관리를 요구하기 때문에 결국 보험사의 장기 우량 채권 매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장기채권 금리가 잘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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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점들은 결국 수요와 공급 측면 때문에 장기금리가 경제의 기대수익률이나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장기금리가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한 채 낮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무엇보다 낮은 장기금리는 이자소득자의 소득을 감소시킨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는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는 장기 투자기관의 수익성 악화보다 더 중요하다. 늘어나는 고령층의 소득 감소가 소비 후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노후 대책 차원에서 위험을 감수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고 성공하는 사람들도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발생하기 마련이라 소득 불평등도가 심해지는 등 여러 문제가 야기된다.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부가 장기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한다. 물론 이자소득자의 소득을 늘려 주기 위해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 능력에 비해 과다한 채권을 발행하는 것도 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채 발행 물량 중 장기채 비중은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특히 앞으로 정책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단기채보다 정책금리의 영향을 덜 받는 장기 국채 발행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정부로서도 유리할 것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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