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美기업들 M&A신경쓰느라 고용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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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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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뜨겁다. 세계 3대 광산업체 중 하나인 BHP가 세계 최대 비료 업체인 포태시 인수를 선언했다. 반도체 칩 제조사인 인텔은 컴퓨터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인 매카피 인수를 발표했다. 최근 들어 활발해지고 있는 M&A 거래에서 세 가지의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돈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재 시장, 미술품 시장에 이어 M&A 시장으로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2분기 내내 감소하던 글로벌 M&A 실적이 7월부터 2개월 연속 증가했다.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투자 주체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완화되면서 돈이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기업들이 장기 성장동력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들이 향후 경기 회복에 상당히 확신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BHP가 사료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중국의 13억 인구가 이전보다 잘살게 되면서 육류 소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BHP가 인수하고자 하는 포태시는 곡물 경작에 필요한 비료의 필수성분인 탄산칼륨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업이다. 2000년대 중반 중국의 투자 붐과 함께 고성장을 경험했던 BHP는 이제 중국 ‘소비 테마’에 집중하면서 사료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인텔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특히 모바일 인터넷 분야에서 보안 사업의 시장성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해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인 매카피 인수를 서둘렀다.

셋째,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는 계속 느릴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사상 최고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가계의 부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보유한 돈이 가계로 이동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고용을 늘리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배당이나 설비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배당을 증가시키면 가계의 자본 소득이 늘어날 수 있고, 설비투자를 늘리면 관련 산업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간접적으로 고용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국의 기업들은 고용이나 배당보다는 M&A를 선택하고 있다. 설비투자보다는 M&A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에 더 빠른 방법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지금은 주식시장의 약세로 인수 대상 기업의 가격이 저렴한 상태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M&A가 최상의 대안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용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돈이 움직이고 있고, 기업은 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복’을 기대하게 한다. 다만 그 방법이 고용이 아닌 M&A이기에 회복의 속도가 느릴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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