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美-유럽 ‘적당한 경기둔화’ 한국엔 藥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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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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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7월 기존 주택 판매건수가 급감했다는 소식에 글로벌 증시가 출렁거린다.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더블딥(Double Dip)’ 논쟁도 비관론자들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더블딥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아무래도 증시는 당분간 현 경제상황을 관찰하며 따져보는 모드로 들어갈 것 같다. 1,700 저항선을 뚫기 위해서는 해외 변수의 도움이 결정적인데 현재 상태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다가 연말까지 일진일퇴하는 지루한 ‘개점휴업’ 시장이 그대로 지속될까 조바심이 난다.

그러나 ‘실리’ 위주로 생각해보자면 이 시점에 우리 증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식은 경기회복보다는 오히려 경기둔화 쪽이다. 만약 미국과 유럽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금융위기 이후 공급된 엄청난 유동성이 촉매제 역할을 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급하게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7% 가까운 경제성장에 물가도 만만찮게 올라가는 형편인데 여기에 해외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더해지면 통화 환수가 골칫거리다. 혹자는 금리를 최소 5% 이상(금융위기 직전 기준금리가 5.25%) 올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서서히 금리가 인상되면 충격이 덜하겠지만 시중의 유동성 축적량을 감안하면 2년 전 금리인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금리를 인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선 채권시장이 충격에 빠진다. 경기하락에 베팅해 버블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채권시장에 금리가 폭등하면 금융기관들의 포트폴리오가 일대 혼란에 빠진다. 결과적으로 주식에서 손해 본 투자가들이 이번에는 채권에서 호되게 당할 것이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올라 채무상환 불능 대출자가 속출하면 금융기관들도 부실화를 면키 어렵고 동시에 집값 하락이 가속화하면서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증시도 금리 5% 이상에서는 힘을 받기 어렵다. 경기회복으로 인한 기업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치보다 높은 고정금리에 대한 매력이 더 크기 때문에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줄게 된다.

또 미국의 경기회복 소식이 전해진다면 우리나라 증시의 성격상 너무 급하게 올라 단기간에 ‘상투’를 만들 확률이 높아진다. ‘불이 너무 세 속이 제대로 익지 못하고 겉만 타버리는 고기’처럼 증시도 속전속결하겠다는 투자가들로 어지러워질 수 있다. 여러모로 지금은 ‘적당한’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것이 시장 참가자 모두 각자 상황에 맞는 투자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어 바람직하다. 부동산도, 채권시장도 연착륙해야 한다. 증시도 서서히 달궈져야 제대로 상승할 수 있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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