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與의원에 시계-돈 줬다는데…김건희 관련없어 수사 안한다는 특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8일 21시 21분


민중기 특별검사. 2025.7.2.뉴스1
민중기 특별검사. 2025.7.2.뉴스1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올 8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에게 금품 지원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특검이 수사하지 않은 것을 두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검은 8일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대해 “특검법상 수사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해당 진술과 관련해 사건번호를 부여했고 향후 수사기관에 이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법조계에선 “이미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에서 별건 수사를 해놓고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윤영호 “민주당 정치인에도 수천만 원 금품 전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청탁할 목적으로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 씨. 2025.7.30.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청탁할 목적으로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 씨. 2025.7.30. 뉴스1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올 8월 김건희 특검팀과 면담에서 민주당 현직 의원과 전직 의원 등 총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들에게 2018~2020년 사이에 수천 만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이 거론한 민주당 관계자는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영남권 중진 의원인 A 의원에겐 2018~2019년 사이에 현금 4000만 원과 1000만 원 상당의 고가 시계를 건넸고, 전직인 B 의원에게는 2020년 3000만 원을 건넸다는 것이 윤 전 본부장의 주장이다. 2명의 의원은 통일교 고위 간부가 한학자 총재에게 직접 보고를 할 때 전달하는 ‘특별보고’ 문건에도 이름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A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고, B 전 의원은 관련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5일 윤 전 본부장이 자신의 청탁금지법위반 혐의 공판에서 “2017~2021년까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며 “현 정부의 장관급 인사를 포함한 4명과 국회의원 리스트를 (특검에) 말했다”고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현금 외에도 공식적인 정치후원금과 출판 기념회 책 구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당 정치인들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통일교 고위 간부들과 지구장 등이 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민주당 소속 후보에게 법정 최대 후원 한도인 500만원 씩 후원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1~2월 무렵 통일교 간부였던 이모 씨와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현 정부 장관급 인사 등을 거론하면서 “여권 몇군데에 어프로치(접근)를 했다”고 주장하는 통화녹음도 확보한 바 있다. 윤 전 본부장 부인인 이모 씨가 지난해 12월 한학자 총재의 정모 전 비서실장에게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 2명과 장관급 인사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연을 만들었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포착됐다.

● 법조계 “수사대상 아니라면 즉각 이첩했어야”

한학자 통일교 총재. 2025.9.22.뉴스1
한학자 통일교 총재. 2025.9.22.뉴스1
이날 오정희 특검보는 “8월 윤 전 본부장 진술 관련 내용을 청취한 뒤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사건 기록으로 만들었다”면서도 “수사기관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여사와 관련이 없어 김건희 특검법상 수사대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김건희 특검은 그동안 김 여사와 관련 없는 ‘별건 수사’를 많이 진행해왔다”며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의혹만 수사할 수 없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가 금품 또는 향응을 수수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의혹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이나 ‘IMS 모빌리티의 특혜성 투자 의혹’ 등 김 여사와 직접 연관성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수사한 뒤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곧바로 공소시효 만료 문제를 고려해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를 처벌할 수 있는 시한인 공소시효는 7년이다. 윤 전 본부장이 진술한 일부 범죄는 특검 수사 기간이 만료되는 올 12월 말 이후엔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한 법조인은 “수사를 뭉갤 의도가 아니었다면 경찰 등 다른 기관으로 사건을 넘겼어야 한다”고 했다.

● 국민의힘 “하청특검 처벌해야” 총공세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2025.7.21. 뉴스1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2025.7.21. 뉴스1
국민의힘은 특검을 향해 “민주당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공세에 나섰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은 범죄 혐의가 작더라도 인지되면 무조건 수사로 파헤치고, 여당은 범죄 혐의가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인지해도 수사조차 하지 않고 묻어준다”며 “노골적인 선택적 수사이고, 야당 탄압,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중기 특검은 자리에서 내려와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혐의로 당장 수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통일교 게이트’가 열렸다”며 “통일교 돈 받아먹은 정치인들, 덮어 준 하청특검 싹 다 처벌하고 퇴출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특검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시사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서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의 통일교와의 조직적 결탁, 이런 문제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은 당 차원의 윤리감찰단 진상조사나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 되지 않겠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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