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이어 선진연대 파문]말 많던 KB금융 회장 선임 ‘보이지 않는 손’ 드러나나

동아일보 입력 2010-07-09 03:00수정 2010-07-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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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민연대 인맥이 인사개입”

강정원과 경쟁하던 2명 “공정경쟁 안돼” 돌연 사퇴
유선기 고문-조재목 사외이사 “정권실세 소통창구” 의혹
강정원 내정자도 결국 낙마 권력암투 후폭풍 가능성
지난해 말 관치금융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KB금융그룹의 회장 선출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 실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최대 금융회사인 KB금융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놓고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외곽조직이던 선진국민연대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정황과 증언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연임을 앞둔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자신의 입지를 두텁게 하기 위해 정권 실세와 연결된 외부인사들을 사외이사와 고문 등 곳곳에 배치해 우군(友軍)으로 활용해 왔다는 해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민은행의 경영자문역(고문)을 맡았던 유선기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장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위원이기도 한 조재목 KB금융 사외이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선진국민연대 출신으로 KB금융 회장 자리를 노리는 강 행장이 정권 실세와의 ‘소통 채널’로 활용하기 위해 영입했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실제 조 사외이사는 여론조사기관인 에이스리서치 대표로 지난해 3월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금융계 경력이 없어 적격성 논란이 제기됐다. 유 이사장은 2008년 7월부터 1년간 국민은행 경영자문역을 맡아 한 달에 1900만 원의 비싼 고문료를 받았다.

선진국민연대 인맥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황영기 전 회장의 사퇴 이후 차기 회장 선임절차가 진행되던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회장 후보로 압축된 사람은 강정원 KB금융 회장 직무대행 겸 국민은행장과 관료 출신인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3명이었다. 하지만 12월 초 이 사장과 김 전 사장은 후보에서 돌연 사퇴했다. 김 전 사장은 “공정 경쟁이 쉽지 않다”는 이유를 댔고, 이 사장은 “KB금융 사외이사와 강 행장이 ‘업무적 거래관계’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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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이 사장이 유 이사장과 조 사외이사 등을 만난 건 11월 중순이었다. 일각에서는 이 모임을 두고 선진국민연대 측에서 이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기 위한 자리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유 이사장과 조 사외이사는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결국 강 행장은 작년 12월 3일 단독 후보로 회추위 면접에 응해 차기 회장에 내정됐다. KB금융의 오랜 회장 공백 기간도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곧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시작됐고 강 행장은 12월 31일 회장 내정자에서 사퇴했다.

그는 올해 1월 11일 “이사회 의장에게 회장 선임 연기 권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외압이 아니었다고 판단해 선임 절차를 진행했던 것”이라고 말해 ‘뒤늦게 알고 보니 외압이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 KB금융 회장 선출을 둘러싼 관치 의혹은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지난달 차기 회장에 내정될 때까지 계속됐다.

이철휘 사장이 8일 “정인철 대통령기획관리비서관이 ‘이철휘가 돼서는 안 된다’며 난리를 쳤다고 하더라”는 발언을 하면서 KB금융의 관치 논란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궁금한 것은 이 사장이 선진국민연대로부터 견제를 받은 이유다. 이 사장 역시 김백준 대통령총무기획관의 처남으로 현 정권의 실세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강정원 행장이 회장 직을 노릴 수 있었던 건 선진국민연대 측을 통해 정권 실세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인데 뒤늦게 다른 실세가 제동을 걸면서 모든 게 틀어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권력 내 암투 때문에 이 사장이 견제를 받았고, 강 행장도 회장 내정자에서 사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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