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셋이 큰일내자” 한일월드컵 감독직 좌절
허, 8년만에 대표팀 복귀…정·김코치 다시 불러모아
두코치 부드러운 스타일…감독의 카리스마와 조화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이 5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목표로 5월 초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갑니다. 월드컵은 꿈이요, 희망입니다. 태극전사들과 함께 월드컵의 단꿈을 꿔봅니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고 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과 정해성 수석코치(52), 김현태 골키퍼 코치(49)가 바로 바늘과 실의 관계다. 허 감독이 선봉에 서고 정 코치와 김 코치가 뒤를 받치는 팀워크로 오랜 세월 한국축구를 이끌어왔다. 6월 11일 개막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위해서도 힘을 합치고 있다.
정 코치는 1995년 허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 때 스태프로 들어가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허 감독이 1998년 말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이 됐을 때도 허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올림픽 8강 진출 실패에 아시안컵 3위의 성적 부진으로 코칭스태프에서 모두 물러난 뒤 7년 넘게 헤어져 있었지만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을 그만두고 영국 유학을 떠난 2008년 초 허 감독이 손짓하자 바로 대표팀에 승선했다.
김 코치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허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고려대 선배인 정 코치와의 인연으로 허정무사단에 합류했다. 정 코치와 김 코치는 고려대 시절인 1979년부터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허 감독이 시드니 올림픽 코칭스태프를 다시 부른 것은 못다 이룬 꿈 때문이다. 당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국내에서 열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일을 내자고 결의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허정김’ 삼인방은 그때 헤어진 뒤 따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 허 감독은 오랫동안 야인생활을 하며 아마추어 축구의 요람인 용인 FC를 만들었다. 2005년 전남 감독으로 7년 만에 복귀해 FA(축구협회)컵에서 두 번 우승했고 2007년 말 다시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정 코치는 허 감독과 떨어져 있던 7년간 많은 경험을 쌓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땐 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4강 신화에 한몫했다. 2003년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거쳐 2004년엔 제주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다. 정 코치와 함께 2002년 월드컵 4강을 거든 김 코치는 2002년 말 전 소속팀 안양으로 돌아가 골키퍼를 키우다 2004년 정 코치의 부름을 받아 제주로 옮겨 함께했다.
요즘 삼인방은 찰떡궁합을 과시한다. 허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리드하고 정 코치는 부드러우면서도 엄한 형님 같은 스타일로 선수들을 다독인다. 김 코치는 이운재(수원 삼성) 정성용(성남 일화) 김영광(울산 현대)을 잘 이끌고 있다. 과거엔 코칭스태프가 다소 강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소통으로 선수들을 리드한다. 대표팀을 맡은 뒤 27경기 무패 행진을 하는 등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배경이다.
정 코치는 “김 코치와 내가 하는 일은 선수들을 보러 다니고 시도 때도 없이 통화하는 것이다. 예전엔 가끔 군기 잡기도 해야 했지만 요즘 애들은 알아서 다 한다. 그래서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졌고 경험을 쌓으면서 어떤 강팀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 역할을 잘한다. 자만이 아닌 자신감을 엿볼 수 있어 희망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포항 시절 허 감독 제자인 박건하 코치(42)도 2008년 허정무사단에 막내로 합류해 부푼 꿈을 실현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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