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월드컵 도원결의’ 허·정·김… “숙제 풀 준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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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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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축구 또 하나의 힘 ‘코칭 스태프 찰떡궁합’

2000년 “셋이 큰일내자” 한일월드컵 감독직 좌절
허, 8년만에 대표팀 복귀…정·김코치 다시 불러모아
두코치 부드러운 스타일…감독의 카리스마와 조화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과 정해성 수석코치, 김현태 골키퍼 코치(왼쪽부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10년 넘게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는 이들은 6월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에 도전한다. 이번 월드컵 결승전 단 한 경기에서 사용될 공인구 조불라니. 동아일보 자료 사진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과 정해성 수석코치, 김현태 골키퍼 코치(왼쪽부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10년 넘게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는 이들은 6월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에 도전한다. 이번 월드컵 결승전 단 한 경기에서 사용될 공인구 조불라니.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이 5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목표로 5월 초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갑니다. 월드컵은 꿈이요, 희망입니다. 태극전사들과 함께 월드컵의 단꿈을 꿔봅니다.》

바늘 가는 데 실 간다고 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과 정해성 수석코치(52), 김현태 골키퍼 코치(49)가 바로 바늘과 실의 관계다. 허 감독이 선봉에 서고 정 코치와 김 코치가 뒤를 받치는 팀워크로 오랜 세월 한국축구를 이끌어왔다. 6월 11일 개막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위해서도 힘을 합치고 있다.

정 코치는 1995년 허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 때 스태프로 들어가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허 감독이 1998년 말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이 됐을 때도 허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올림픽 8강 진출 실패에 아시안컵 3위의 성적 부진으로 코칭스태프에서 모두 물러난 뒤 7년 넘게 헤어져 있었지만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을 그만두고 영국 유학을 떠난 2008년 초 허 감독이 손짓하자 바로 대표팀에 승선했다.

김 코치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허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고려대 선배인 정 코치와의 인연으로 허정무사단에 합류했다. 정 코치와 김 코치는 고려대 시절인 1979년부터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허 감독이 시드니 올림픽 코칭스태프를 다시 부른 것은 못다 이룬 꿈 때문이다. 당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국내에서 열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일을 내자고 결의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허정김’ 삼인방은 그때 헤어진 뒤 따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 허 감독은 오랫동안 야인생활을 하며 아마추어 축구의 요람인 용인 FC를 만들었다. 2005년 전남 감독으로 7년 만에 복귀해 FA(축구협회)컵에서 두 번 우승했고 2007년 말 다시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정 코치는 허 감독과 떨어져 있던 7년간 많은 경험을 쌓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땐 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4강 신화에 한몫했다. 2003년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거쳐 2004년엔 제주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다. 정 코치와 함께 2002년 월드컵 4강을 거든 김 코치는 2002년 말 전 소속팀 안양으로 돌아가 골키퍼를 키우다 2004년 정 코치의 부름을 받아 제주로 옮겨 함께했다.

요즘 삼인방은 찰떡궁합을 과시한다. 허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리드하고 정 코치는 부드러우면서도 엄한 형님 같은 스타일로 선수들을 다독인다. 김 코치는 이운재(수원 삼성) 정성용(성남 일화) 김영광(울산 현대)을 잘 이끌고 있다. 과거엔 코칭스태프가 다소 강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소통으로 선수들을 리드한다. 대표팀을 맡은 뒤 27경기 무패 행진을 하는 등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배경이다.

정 코치는 “김 코치와 내가 하는 일은 선수들을 보러 다니고 시도 때도 없이 통화하는 것이다. 예전엔 가끔 군기 잡기도 해야 했지만 요즘 애들은 알아서 다 한다. 그래서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졌고 경험을 쌓으면서 어떤 강팀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 역할을 잘한다. 자만이 아닌 자신감을 엿볼 수 있어 희망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포항 시절 허 감독 제자인 박건하 코치(42)도 2008년 허정무사단에 막내로 합류해 부푼 꿈을 실현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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