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색 칼럼]23명 하나돼야 16강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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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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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대한민국은 과연 16강에 오를 수 있을까? 세계적인 칼럼니스트 랍 휴스와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한준희 KBS 해설위원, 양종구 본보 기자가 50일 앞으로 다가온 남아공 월드컵을 네 가지 색깔로 봤다. 스포츠에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네 가지 맛을 느끼며 월드컵을 즐길 준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서 뛰었고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코치로 참가하는 행운을 얻었다. 선수생활을 하며 후배 때는 몰랐는데 선배가 되니까 해야 할 일도 많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주장 완장을 차니 사사로운 것까지 챙겨야 했다. 당시 나는 가급적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들과 한 식탁에서 식사를 했다. 윤정환, 최용수, 최은성…. 팀 내에 불만을 가진 선수가 있으면 팀워크는 깨지고 위화감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윤정환과 최용수, 최은성은 벤치만을 지켰다.

2002년 초 제주도에서 훈련할 때 일이 벌어졌다. 최용수가 코칭스태프에게 항명했다는 기사가 나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최용수를 직접 불러 진상 조사를 했다. 최용수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자 히딩크 감독은 “우리 목표는 하나인데 기사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 코치들은 군림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한다는 생각으로 선수를 대해야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다행히 최용수 항명 사건은 큰 문제없이 지나갔고 대표팀 23명은 하나가 돼 4강 신화를 쓸 수 있었다.

월드컵 본선 최종 엔트리가 23명이지만 실제로 그라운드를 뛸 수 있는 선수는 14명이다. 베스트 11에 교체 멤버 3명. 16강 이상 올라가 연장에 갈 경우 두 명이 더 뛸 수 있다. 결국 10명 남짓은 동료들이 뛰는 것을 벤치에서 지켜봐야만 한다.

대표팀 전력은 베스트 멤버만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묵묵히 훈련 파트너 역할을 하는 선수들을 잘 챙겨줘야 잡음이 생기지 않는다. 히딩크 감독과 2006년 독일 월드컵 사령탑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늘 후보 선수들과 스킨십을 가졌다. 히딩크 감독은 어떤 선수가 시무룩해 있으면 주위 사람들을 통해 왜 그런지를 파악해 혹시 생길 수 있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리그에서 16강 진출을 놓고 한국과 맞붙는 나이지리아, 그리스, 아르헨티나의 간판선수들. 위부터 나이지리아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 그리스 공격수 테오파니스 게카스,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 한국 미드필더 박지성.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리그에서 16강 진출을 놓고 한국과 맞붙는 나이지리아, 그리스, 아르헨티나의 간판선수들. 위부터 나이지리아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 그리스 공격수 테오파니스 게카스,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 한국 미드필더 박지성. 동아일보 자료 사진
5월 초면 23명의 태극전사가 정해질 것이다. 사실상 베스트 11은 어느 정도 정해졌다고 봐야 한다. 코칭스태프를 포함해 선수들도 주전, 비주전을 떠나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2002년 4강 신화는 그런 단결된 힘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불협화음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우리 태극전사들은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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