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종군취재]<3신>바그람 美기지서 한국재건팀 주역들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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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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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고질적인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과 위생적인 식수 확보 어려움 해결을 갈망하고 있다. 파르완 주에서 지방재건팀(PRT)을 운영하고 있는 미군이 19일 우즈바시 마을에 설치된 물펌프를 점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고질적인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과 위생적인 식수 확보 어려움 해결을 갈망하고 있다. 파르완 주에서 지방재건팀(PRT)을 운영하고 있는 미군이 19일 우즈바시 마을에 설치된 물펌프를 점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서는 한국의 사상 첫 지방재건팀(PRT·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아프가니스탄 지역 안정을 위해 각 주의 행정역량 강화, 재건, 치안 확보를 돕는 민군 통합조직. 현재 14개국이 26개의 PRT를 운용 중) 운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숨은 일꾼이 많았다. 군인과 경찰 대원들은 7월부터 민간 주도로 활동하게 될 PRT의 안전을 위해 각오를 다졌다. 또 외교통상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직원들도 아프간 전후 재건에 동참하고 있었다.》
“한국이 주도하는 평화임무 보람”

■ PRT준비단 김동형 소령


“백일양병 일일용병(百日養兵 一日用兵)이란 말이 있습니다. 백일동안 잘 훈련받아서 단 하루라도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말입니다. 항상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생활합니다.”

19일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서 만난 지방재건팀(PRT) 준비단 국방부 부팀장인 김동형 육군소령(35·사진)은 10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일하는 것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7월이면 한국이 주도하는 PRT가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프간 근무를 하게 된 계기는….

“무척 하고 싶어 자원했다. 2006년에 이미 다산부대 연합작전장교로 아프간에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당시는 바그람 기지 재건이 주 임무여서 미군 시설을 보수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이제 한국이 직접 운영하는 PRT에서 아프간의 평화유지라는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이곳에서 만나는 미군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아프간에서 한국을 보고 싶다는 말이다. 1950년 6·25전쟁으로 전국이 폐허가 된 뒤 지구촌에서 제일 못사는 나라였던 한국이 이제는 당당히 원조하는 나라로 바뀌었듯이 아프간도 그렇게 되도록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동료 장병이 이곳에서 희생되기도 했는데….

“단 한 명도 뒤에 남겨질 수 없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국가가 나에게 한 약속이고 나 역시 그런 약속을 하고 싶다.”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세계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 30년째 해외원조 담당 베테랑 ▼

■ KOICA 김용표 소장

김용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사무소장(56·사진)은 KOICA의 1991년 창설멤버다. 1980년부터 KOICA의 전신격인 해외개발공사 근무경험까지 합치면 벌써 30년째 해외국제개발 원조업무를 담당하는 베테랑.

19일 PRT준비팀 사무실에서 만난 김 소장은 “한국이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방재건팀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다들 나를 보는 것 같아 그냥 손을 들었다”며 지원 동기를 밝혔다. 그는 2008년부터 2009년 3월까지 이라크 아르빌에서 근무했다.

그가 중국 사무소장(1999∼2002년)을 지내던 시절 “아프간 카르자이 정부의 공무원 40명이 한국에 초청연수를 받으러 가던 길에 베이징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게 아프간과의 인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파란눈 제자 200여명… 국익 일조”

■ 태권도 사부 최준상 경사

바그람 미 공군기지 내 풀러체육관에서 만난 최준상 경사(38·사진)는 한 마리의 날랜 호랑이 같았다. 경찰특공대 소속인 그는 평소에는 완전무장을 하고 기지 내의 한국 의료시설 및 직업훈련팀을 경비하지만 일과 시간 이후엔 태권도복을 갈아입고 파란 눈의 군인들을 조련하는 태권도 사범이 된다.

12명의 학생이 모이자 최 경사는 우렁찬 목소리로 구령을 붙였다. “차렷” “경례” “하나, 둘, 셋, 넷….” 모든 구호와 구령은 당연히 한국말로 했다. 호랑이 같은 사범의 순한 제자들은 원기왕성하게 구령을 복창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세 번 연속 지르기 동작을 시키자 “태” “권” “도”라는 발음이 또박또박 나왔다.

태권도 7단으로 미군들 사이에 ‘사부’로 불리는 최 경사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 국위 선양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제자가 벌써 200명이 넘었다”고 말했다. 최 경사는 2008년 12월 근무를 시작했다.

―아프간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

“경찰특공대 소속으로 테러 분야의 경험을 쌓는 데 아프간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원했다. 한국도 국제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고 테러의 위험에 상당히 많이 노출돼 있다. 세계 각국 병력이 모인 만큼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요령을 배우고 있다.”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았나.

“초등학교 4학년 딸과 3학년 아들을 아내에게 맡겨두고 왔다. 오래 운영했던 태권도장을 정리하고 2003년에 경찰특공대에 지원할 때도 묵묵히 따라줬다. 내가 장남이자 외아들이다. 부모님께는 차마 아프간에 간다고 못하겠더라. 미국 간다고 하고 나왔다.”(웃음)
▼ 아프간 재건 ‘맞춤형지원’ 주력 ▼

■ 송시진 PRT 민간부대표

송시진 한국 지방재건팀(PRT) 민간부대표(35·사진)는 2009년 1월 이용준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수도 카불과 바그람 미 공군기지 등을 방문해 미국이 운영하는 PRT를 둘러봤다. 미국이 운영하는 13개 PRT는 운영주체나 운영방식이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바미안이나 판지시르 주 PRT가 민간주도로 운영되는 것을 보고 한국이 못할 이유가 없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는 PRT 운영방향과 관련해 “한국이 전후 발전을 이룬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고기를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며 “아프간인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美 파르완 PRT, 36개 프로젝트 동시 진행 ▼

19일 오전 바그람 미 공군기지 내 파르완 지방재건팀(PRT).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PRT 회의장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정부 파견으로 파르완 주에서 농업개발업무를 총괄하는 샤미르 아미리 국장과 미군 PRT 실무책임자 간의 회의가 열렸다. 미국에서는 농무부 소속의 제프리 레럼 고문과 보병부대 소속으로 농업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매리언 피터슨 중령이 참석했다. 조지아에서 직접 농사를 짓다가 이번 PRT 임무 수행을 위해 미 농무부와 1년간 계약을 맺은 데이비드 뮬, 도나 뮬 씨 부부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회의에서 파르완 주의 농업개발을 위해 미 PRT가 자금을 투자할 장소 5곳을 선정하는 문제가 논의됐다. 레럼 고문은 “파르완 주 각 지역의 대표들이 중의를 모아 후보지를 선정해 주면 미 PRT가 현장실사를 거쳐 최종 투자지역을 확정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측은 산에 나무가 한 그루도 없어 우기에 비가 많이 내릴 경우 마을이 흙탕물로 잠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림사업 문제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2002년 한국 정부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아미리 국장은 “지역 마을의 근로 인력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뒤 여성 근로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인센티브를 강구해 줄 것을 요구했다.

PRT 민군합동작전 담당관인 군나르 뉴먼 중령은 현재 파르완에서 운영되고 있는 미 PRT는 36개의 프로젝트를 동시다발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파르완 주의 주도가 있는 차리카르 지역으로 가 학교 건설, 마을 미화, 도로건설 사업 등의 진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글·사진 바그람 미 공군기지(아프가니스탄)=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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