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신발끈 매자 ‘지방선거’ 모처럼 수면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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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장 경선앞둔 정치권 ‘무죄판결 후폭풍’

《6·2지방선거가 12일로 5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1심 무죄 선고로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한 전 총리의 행보와 그에 대한 여론의 향배가 서울시장 선거뿐만 아니라 전체 지방선거의 판세를 가르는 결정적 풍향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한 전 총리를 겨냥해 추가 수사를 예고하고 있어 ‘한풍(韓風·한명숙 바람)’의 향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여야는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며 탄력적인 선거전략을 짜느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韓전총리 ‘바람몰이’

동교동-봉하마을 잇단 방문… 야권 단일후보 위상 노려

한나라 ‘도덕성’ 공세

골프-공짜투숙 이슈 부각… 경선 흥행 불지피기도 고심

與일각 “檢 별건수사 부당”
“물고 늘어진다는 인상 준다”… 남경필-김성식 중단 촉구


○ 야권은 대대적 공세

민주당은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당초부터 정치보복성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한명숙 바람’을 돌풍으로 키우기 위한 총공세에 나섰다. ‘한명숙 전 총리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전 총리와는 달리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이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김준규 검찰총장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 전 총리는 전날엔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평화센터를 방문해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한 전 총리는 이 여사에게는 “김 전 대통령은 공작정치로 오랫동안 희생당하고도 보복정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권 여사에게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국민들이 가슴속에 맺힌 한을 좀 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아우르는 야권 단일후보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한 전 총리 측은 이미 검찰과의 1차전에서 승리한 만큼 검찰의 추가 수사에 대해선 대여(對與) 공세 수위를 높여가며 맞불을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총리가 공세의 전면에 부상할수록 ‘반MB(이 대통령)’ 전선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다음 달 23일로 다가온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와 연결해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열어 가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여권이 한 전 총리의 도덕성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경우 한 전 총리의 지지율에 적잖은 타격이 있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는 기류도 있다.

야권은 한 전 총리의 무죄 선고가 진보신당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까지 아우르는 야권 대통합의 기폭제가 될지도 주목하고 있다.

○ 한나라당 “판결 영향 미미할 것”

한나라당은 “한 전 총리의 무죄 선고와 그의 도덕성 문제는 별개”라며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한 전 총리의 도덕성 문제를 최대한 부각시켜 선거 정국을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11일 “청빈하고 순수한 것으로 알려졌던 한 전 총리가 ‘골프를 못 친다’고 거짓말을 한 사실과 골프 리조트에서 공짜로 장기 투숙하는 부도덕성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말했다. 정미경 대변인은 “재판을 통해 국민들이 한 전 총리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한 전 총리의 지지율 변화는 ‘반짝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한나라당은 천안함 침몰사건의 처리 문제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 때 예상되는 추모 움직임이 맞물릴 경우 현재의 판세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내 주류세력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오세훈 대세론’에 안주할 경우 허를 찔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상황에 따라선 제3의 후보론이 부상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오 시장과 원희룡 나경원 김충환 의원이 참여하는 서울시장 경선의 흥행 열기를 끌어올려 ‘한명숙 바람’을 잠재우는 전략도 숙의하고 있다. 경선 흥행을 위해 TV토론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주요 이슈에 이해당사자들을 참여시키는 현장토론을 자주 열어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한편 검찰이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별건으로 수사하는 데 대해선 당 일부에서 비판적 견해가 제기됐다. 남경필 의원은 “검찰이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혐의에 대한 별건수사를 부각시켜 오히려 부도덕한 그를 ‘잔다르크’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식 의원도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검찰의 변명은 궁색하고 ‘뜻대로 안 되니 다른 것으로 또 물고 늘어진다’는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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