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 前총리 무죄는 반쪽 판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檢, 오늘 1심 불복 항소… ‘9억 새 의혹’ 韓씨 소환방침

韓측 “표적수사 더 이상 좌시안해”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무죄가 선고된 데 대해 11일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을 모두 누락하고 거짓으로 일관된 한 전 총리의 주장만 받아들인 반쪽 판결”이라며 1심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권오성 특수2부장은 무죄가 선고된 직후인 9일 오후에 이어 11일 오후 또 다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판결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14쪽 분량의 자료를 내놓고 1심 판결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진실을 외면한 판결이다” “재판 진행의 공정성이 매우 의문스러웠다” “보고 싶은 몇 그루 나무만 보고 숲 전체를 그린 부당한 판단이다”라는 등의 격한 표현도 썼다.

김 차장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재판장의 직접 신문에서 뇌물공여 사실을 자백했는데, 이마저도 임의성이 없다고 한다면 재판부 스스로 곽 전 사장이 임의로 진술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곽 전 사장은 법정에서 ‘판사가 제일 무섭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자신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판결을 선고할 재판장이 검사 신문에 끼어들어 추궁하듯 신문하는 과정에서 위축돼 제대로 증언하기 어려웠다”면서 “재판의 공정성을 심히 해쳤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아무런 근거 없이 추측과 의심만으로 강압, 회유, 협상 운운하는 것은 검찰 수사를 흠집 내고 폄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차장은 12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한 전 총리의 또 다른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검찰과 한 전 총리 간의 2라운드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일요일인 11일에도 한 전 총리에게 9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건설 시행사 H사의 채권단(피해자 모임) 관계자와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조사를 받은 채권단 관계자는 “H사 대표 한모 씨가 서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 투자한 돈을 자기 돈처럼 부정한 곳에 사용했다”며 “민사 소송 등을 통해 피해액을 돌려받고 싶지만 여의치 않아 검찰에 알리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검찰에 제보했고 검찰은 8일 H사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는 탄탄히 진행되고 있으며 한 전 총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은 “정치적 표적 수사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검찰의 조사에 응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번에도 지난해 12월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소환 조사 자체를 둘러싸고 극심한 마찰이 예상된다. 검찰 내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추가 수사가 자칫 6·2 지방선거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소환과 기소 시점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