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또 내홍… 모래알 팀워크 언제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7일 03시 00분


봉중근 2군행에 아내가 인터넷에 감독 비난 글
신인급 투수 이형종은 1군 발탁 안됐다고 불만
朴감독 리더십 주목… “환부 도려내는 계기돼야”

지난해 8월 LG와 KIA의 경기에서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LG 투수 심수창이 대선배인 포수 조인성과 마운드에서 언쟁을 벌이는 장면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것이다. 며칠 후에는 투수 서승화가 2군에서 후배를 방망이로 구타한 사실이 드러났다.

7위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한 LG는 김재박 전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신임 박종훈 감독(사진)과 5년 계약을 했다. ‘팀 성적보다는 LG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달라’는 주문과 함께였다. 캐치프레이즈도 ‘근성의 LG! 팀워크의 트윈스!’로 바꿨다.

하지만 LG는 시즌 개막 후 몇 경기도 치르지 않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에이스 봉중근의 아내는 인터넷에 감독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고 신인급 투수 이형종은 미니홈피에 자신을 1군에 올리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이상훈도 구단 홈페이지에 단장과 프런트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 모래알 분위기 어디까지


박종훈 감독은 4일 넥센전 이후 봉중근에게 “에이스답지 못하고 투지가 부족하다”며 2군행을 통보했다. 그러자 봉중근의 아내 박모 씨는 이튿날 미니홈피에 “선수에게 막말하는 ××에게 어떤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선수들이 따를지 의문”이라며 공개적인 비난 글을 올렸다.

2일에는 이형종이 미니홈피에 “1군 가기도 싫고 2군에서 하기도 싫다. 수술이나 한 번 더 하자. 군대나 갈란다”라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었다. 글에서 박 감독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컸다. 이상훈도 5일 밤 구단 홈페이지 커뮤니티 ‘쌍둥이 마당’에 작년 7월 LG 단장을 만난 뒤 복귀 제의를 받고 주변을 정리했는데 구단이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위를 떠나 LG 팬들은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큰 실망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팬은 야구 보러 가지 않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 “차라리 잘 터졌다”

이 같은 사태는 어찌 보면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LG에는 워낙 개성이 강한 선수가 많은 탓에 역대 감독들은 자신의 야구를 펼쳐보지도 못한 채 낙마하는 경우가 많았다. 팀 재건의 관점에서 보면 현 사태가 환부를 잘라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른 팀에서는 이런 하극상과 같은 일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박 감독은 “팀워크에 방해가 되는 선수는 아무리 스타라 해도 필요하다면 2군에 보낼 것이다. 지금 같은 사태가 바로 LG의 문제가 아닌가. 쉽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뜯어 고치겠다”고 말했다. LG 구단 역시 “인터넷의 개인적인 공간일지라도 프로 야구선수라는 공인 의식을 잃고 경솔한 행동을 한 것은 분명히 잘못”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이상훈 건에 대해 이영환 단장은 “이 선수와는 앙금을 풀기 위해 만났는데 만남의 성격에 관점의 차이가 있었다. 상처를 받았다면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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