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 끝나… 野 정략적 공세 그만둬야” “정치적 판결… 법 폐지-개정 나설 것”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 여야 엇갈린 반응

29일 미디어관계법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에 대해 여야의 반응은 극단으로 갈렸다. 여당은 헌재 판결을 수긍한다고 밝혔지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정치적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한나라당은 “예상했던 결과”라며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헌재가 법 처리 절차를 문제 삼긴 했지만 미디어법이 유효하다고 사실상 확인해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전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데 이어 헌재까지 미디어법 표결을 다시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면 당으로선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가 방송법 재투표의 일사부재의, 신문법 대리투표와 관련된 심의·표결권 침해 등 절차적 문제에선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불만의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주요 당직자들은 한목소리로 “헌재의 결정에 승복한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헌재가) 미디어법이 옳다고 (판결)한 이상 더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조해진 당 대변인도 “헌재가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법이 유효하다고 밝힌 것은 의회의 자율성을 존중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조 대변인은 또 “이번 결정으로 미디어법 통과에 대한 위헌시비의 근거가 종결된 만큼 야당은 정략적 공세를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헌재 결정을 재·보궐선거 결과로 고무된 당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받아들이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헌재가 스스로 존재의의를 부인하는 해괴한 결정을 내렸다”며 “(미디어법 처리) 절차가 위법인데 결과는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으며 국민의 법 감정과 완전히 다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동 결의문을 통해 “헌재 결정은 법 논리를 가장해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한 최악의 판례이며 ‘성공한 쿠데타는 적법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표결 절차상 명백히 위법함이 밝혀진 법이 그대로 실행되도록 묵인할 수 없다”며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미디어법 폐지·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투쟁 방식과 관련해 이강래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중간에 밖으로 나가자는 말을 할 분은 없을 것이다. (국회) 안에서 유효한 수단이 무엇인지 찾아서 가열 차게 투쟁해 나가자”며 일부 강경파의 장외투쟁 요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헌재 결정을 근거로 김형오 국회의장의 사퇴도 촉구했다. 의원들은 결의문에서 “헌재도 인정한 국회의 미디어법 표결절차상 위법은 그 원천적 책임이 김 의장에게 있는 만큼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법 처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충분히 담보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이번 판결에 기고만장해선 안 되며, 민주당은 선진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해 표결권이 원천 침해된 데 대해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각각 논평을 통해 “절도는 범죄지만 절도한 물건의 소유권은 절도범에게 있다는 판결”,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판결”이라고 헌재 결정을 비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미디어법 헌재 판결 민주당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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