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오프]이유 있는 ‘귀네슈 독설’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FC 서울 셰놀 귀네슈 감독(57)이 26일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컵 대회 4강 2차전이 끝난 뒤 “더는 한국 축구를 볼 필요가 없다. 앞으로 야구만 봐야겠다”고 한 발언이 논란이다. 귀네슈 감독은 “K리그는 심판 3명만 있으면 어느 팀이든 챔피언이 된다. 심판이 직접 골을 넣는 것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날 주심은 서울에 23개, 포항에 9개의 파울을 선언했다. 경고는 12개(서울 9개, 포항 3개)가 나왔고 서울은 2명, 포항은 1명이 퇴장됐다. 서울은 2-5로 대패해 결승 티켓을 놓쳤다. 공교롭게도 귀네슈 감독은 8강 2차전 때 이날 주심을 맡은 심판원에게 퇴장 명령을 받아 4강전 두 경기를 벤치가 아닌 스탠드에서 지켜봤다. 그로선 억울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많은 관계자들은 “서울 선수들은 심판의 판정이 나올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항의를 했다. 반면 포항 선수들은 판정에 잘 따르며 경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서울의 패배는 흥분한 선수들을 적절하게 달래지 못한 벤치의 책임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 하필이면 귀네슈 감독을 퇴장시켰던 심판을 이날 주심에 배정해 선수들을 자극한 측면이 없지 않다. K리그는 다른 종목에 비해 유독 심판 판정에 불만이 많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결승 티켓을 좌우하는 중요한 경기에 사단의 불씨가 될 심판을 투입한 것은 미숙한 행정이었다.

귀네슈 감독의 “야구만 봐야 한다”는 말은 지나친 면이 있다. 하지만 연맹으로선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요즘 K리그는 생방송으로 보기 어렵다. 스포츠 전문 채널 4개가 모두 프로야구만 중계한다. K리그가 프로야구에 비해 상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귀네슈 감독의 야구 발언은 짜증나는 경기를 지양하고 멋있고 재밌는 경기를 해야 야구와 같은 대접을 받는다는 일종의 반어법인 셈이다.

월드컵만 지나면 축구장엔 팬들이 넘쳤다. 생중계도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순간 팬과 중계는 사라졌다. 이번 귀네슈 감독 발언 논란은 K리그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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