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래형 교육과정, 교과목 이기주의 극복에 달렸다

동아일보 입력 2009-07-25 02:57수정 2009-09-2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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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어제 ‘미래형 교육과정’ 구상안을 발표했다. 학생들이 배워야 할 교과목의 수를 줄이고, 각 고교에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과목 편성권을 넓혀준 것이 핵심이다.

현행 중고교의 학기당 이수교과목 수는 13과목 안팎으로 8과목 이하를 배우는 미국과 영국에 비해 훨씬 많아 학습 부담은 크면서도 학력은 저하되는 모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전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혀준다며 선택 과목을 크게 늘려놓았기 때문이다. 고교 1학년 국어의 경우 화법 독서 문법 문학 작문 매체언어 등 6가지로 갈려 있다. 학생들은 이 가운데 2과목 정도를 이수하도록 돼 있어 쉬운 과목만 골라 수강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어려운 과목을 기피하고 쉬운 과목을 집중 선택해 ‘시험에서 실수 안 하기 경쟁’이 벌어지면서 전체 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1학년도부터 적용될 새 교육과정은 현재 초등학교 1학년에서 고교 1학년까지인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중학교 3학년까지 끝내도록 했다. 고교에서는 학교장이 학교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을 짤 수 있다. 내년부터 서울 지역에서 고교선택제가 도입되면 고교들이 차별화된 교과목 편성을 마련해 치열한 학생 유치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축소대상이 될 교과목 교사의 반발이 벌써부터 거세다. 고교 교육과정을 자율화하면 국어 영어 수학 등 대입용 주요 교과의 비중이 늘어나 오히려 학생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지리 과목 하나만 해도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로 나뉘어 있는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교사들의 대학 시절 전공에 맞춰 학생들이 선택 과목을 고르게 되어 있어 주객(主客)이 뒤바뀐 현실이다. 교사들의 반발은 학생의 미래보다는 과목의 미래, 즉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는 데 급급한 ‘교과목 이기주의’에서 나온다.

교사들이 각자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과목을 모두 포함하다 보면 새 교육과정 개혁은 실패하고 또 백화점식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을 미래형 인재로 키우기 위한 최종 목표에 맞춰 새 교육과정을 단출하게 짜야 한다. ‘미래형 교육과정’의 성패는 학교장에게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학교장이 확고한 교육관을 갖고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교사들에게 교과목을 배정할 수 있도록 전권을 주어야 한다. 학교장은 전교조 눈치나 보며 안일하게 임기만 채우려고 할 것이 아니라 교육성과를 높이는 데 직(職)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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