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만의 환경부 장관부터 저공해차 탈 수 없나

  • 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정부 부처와 공기업들이 연간 수십 혹은 수백 대의 차량을 구매하면서도 하이브리드차나 매연을 적게 배출하는 경유차를 비롯한 저공해차(친환경 그린카)는 외면하고 있다. 수도권대기환경청이 지난해 차량을 구매한 적이 있는 127개 정부기관과 공기업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대기특별법에 따른 저공해차 의무구매량(전체의 20%)을 채운 기관은 40개에 그쳤다. 경기 안산시와 평택시는 각각 차량 29대를 구입하면서 저공해차는 한 대도 사지 않았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슬로건이 무색하다.

정부는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100만 원의 개별소비세와 등록세를 감면해주고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인센티브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솔선 없이 국민에게 저공해차 구매를 권유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산 하이브리드차는 차종이 적고 아직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친환경 차량 보급을 정책 목표로 내세웠으면 공공부문이 수요 창출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 수요가 늘어나야 자동차 회사들도 소비자가 선호하는 그린카 개발에 속도를 내기 쉽다.

일본은 이 점에서 단연 앞서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앙정부 4000대, 지방자치단체 20만 대의 공용차를 단계적으로 하이브리드차로 바꾸는 내용의 예산계획을 올해 발표했다. 일본 내에서 하이브리드차가 4월 신차 판매율 1위를 기록한 것도 정부의 이런 노력과 맞물려 있다.

우리 환경부는 저공해차 구입 비율이 전체 부처 가운데 가장 높았지만 이만의 장관은 하이브리드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다. 환경부 장관부터 국산 하이브리드차를 애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더 노력해야 한다. 일본 미야자키 현의 히가시고쿠바루 히데오 지사는 2007년 자신의 관용차를 고급 세단에서 하이브리드차로 교체해 연료비 등 운행경비를 연간 60만 엔(약 800만 원)씩 절감하고 ‘환경 지사’로서 이미지를 높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녹색정부’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검은색 대형 승용차를 탄 장차관과 기관장들의 모습은 ‘녹색’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신뢰를 얻어야 정책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동차 회사들도 성능 좋은 그린카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자발적 수요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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