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강석훈]MB노믹스 2.0 시작할 때다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글로벌 경제위기가 최악의 상황은 지난 듯이 보인다. 물론 한 차례 더 추락하는 더블딥의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우려했던 최악의 시스템 붕괴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은 단기적 대응방안뿐 아니라 좀 더 근본적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기다.

이명박 정부는 ‘이명박 경제정부’라고 여겨질 만큼 경제적 측면에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범했다. 그러나 집권 초기부터 인사문제로 우왕좌왕했고, 촛불로 좌불안석이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허둥지둥하다가 국회의원 재·보선 패배로 사분오열된 상황이다. 이 와중에 작은 정부, 시장 중시의 경제철학인 ‘MB노믹스 1.0’은 허공에서 산화한 듯하다.

작은 정부라는 철학과는 달리 국가재정은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공부문 개혁은 역대 정부의 개혁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중시의 철학과는 달리 정부 보증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기업들이 더욱 늘었고, 지난 정부 시절에 박힌 대못을 빼는 작업도 별로 진척된 것이 없다.

이 모든 사항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특수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큰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힌 만큼 업그레이드된 ‘MB노믹스 2.0’을 출범할 시기가 됐다. 앞으로의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MB노믹스를 마음껏 펼쳐 볼 수 있는 시기는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물론 현재의 경기침체가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므로 탄력적 경기대응 기조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또 재정의 건전성 재확보, 정부 및 공공부문 개혁, 구조조정 등의 정책도 지속돼야 할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까지 미진했던 시스템 개혁도 새로 시작해야 한다.

노동-복지-조세시스템 개혁을

먼저 한국경제의 경제활동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회원국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경제활동 참가율이 가장 낮은 편인 반면 근로시간은 가장 길고 현재 직장에서 근무하는 평균 근속기간은 가장 짧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들이 짧은 근속기간에 죽을힘을 다해 오래 일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바로 일자리, 조세 그리고 저출산 등 다양한 사회문제의 근본 배경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선진경제에 진입하려면 현재의 단기소수 집중시스템을 지금보다 많은 사람이 현재보다 적은 시간 일하면서 오래 근속하는 시스템으로 바꿔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복지제도 그리고 조세 등에서 전반적인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둘째, 기본을 보장하면서도 사각지대가 없는 꼼꼼한 복지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주장처럼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장기적으로는 교육이 최고의 복지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한 일상을 살아가는 민초(民草)에게는 일자리와 교육은 왠지 허무한 구호처럼 들린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근본적인 배려시스템 구축, 경쟁사회의 일시적 탈락자들에 대한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 구축, 보편적 서비스로서 가장 기초적인 의료 및 주거보장 등에 이르기까지 사각지대 없는 기본적인 복지제도를 꼼꼼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좀 더 근본적인 저출산 및 고령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장차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당장의 고령화 문제와 조만간 시작되는 1000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문제를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장차 커다란 경제 사회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육아비용을 낮추는 정책과 더불어 육아비용의 사회적 분담금 확대계획을 수립해 공표할 필요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경제와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을 지금부터 시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 단기 업적주의 벗어나야

MB노믹스 1.0의 기저에는 ‘정부가 나서면 경제가 잘될 수 있다’는 단기업적주의가 있었다. 이보다 업그레이드된 MB노믹스 2.0에서는 정부가 지나친 단기업적주의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시스템개혁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경제란 기업에는 돈의 문제이지만 정부에는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은 이익 규모로 평가받지만 정부는 역사가 평가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공무원들이 파견돼 있는 비대한 정부자문위원회를 민간 중심으로 정비하자. 그리고 위원회들이 하고 있는 단기적인 업무는 각 부처에 맡기고, 그 대신 근본적인 국가시스템 개혁이라는 백년대계를 설계하도록 하자.

강석훈 객원논설위원·성신여대 교수·경제학

shkang@sungsh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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