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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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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핸드볼 헝가리와의 동메달 결정전.
임영철 한국 대표팀 감독은 경기 종료 1분을 남겨 놓고 작전 타임을 요청했다.
33 대 28로 한국의 승리가 사실상 결정된 상황이어서 모두가 의아해했다. 임 감독은 비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지막 1분은 언니들의 몫이다. 홍정호, 오성옥, 오영란…. 너희들이 경기를 마무리해라.”
그는 다시는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는 노장들을 출전시키려고 스포츠 매너에 어긋난 줄 알면서도 종료 직전에 작전 타임을 썼다.
경기를 중계하던 아나운서는 ‘언니들의 졸업식’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시청자들도 한 편의 슬픈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같이 울었다.
임 감독은 올림픽 전 혹독한 훈련 방식과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으로 용장(勇將) 또는 맹장(猛將)으로 통했다.
하지만 올림픽을 통해 ‘훈훈한 지도자’를 뜻하는 ‘훈장(薰將)’이라는 별칭을 새로 얻었다.
임 감독은 기자와 만나 “선수들에 대한 끝없는 신뢰가 없으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전문은 DBR 32호(5월 1일자)에 실린다.》
배고픈 사람이 배부른 느낌 만끽하면
배고픈게 어떤지 알기 때문에
배고프지 않기위해 기를 쓰기 마련
―올림픽이 끝난 지 8개월이 넘었습니다만, 아직도 헝가리전의 감동적인 멘트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리 준비하셨나요.
“솔직히 며칠 전부터 준비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힘든 훈련을 견뎌왔는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제가 줄 것은 없고 애정이라도 표현해야겠다 싶어 준비했어요. 저도 제가 그 말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1, 2점 차 박빙의 우위를 지키고 있었거나 지고 있었다면 못했을 겁니다. 뒤지고 있었다면 설사 제가 들어가라고 해도 선수들이 안 들어갔겠죠. 지는 경기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다행히 많은 점수 차로 이겨줘서 그 걱정을 덜었습니다.”
―일단 선수를 발탁하면 강한 신뢰를 보이는 걸로 유명합니다.
“1983년 코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국내 경기에서 우리 팀이 7m 드로 기회를 얻었습니다. 감독님은 A 선수가 던지기를 원했지만 제가 강력히 추천해 B 선수가 던졌어요. 골이 안 들어갔습니다. 조금 후 7m 드로 기회가 또 생겼습니다. 역시 제가 강력히 주장해 그 선수가 던졌는데 또 안 들어갔어요.(웃음) B 선수가 바로 서울 올림픽에서 남자 핸드볼 금메달 획득에 큰 공을 세운 김재환 선수입니다.
당시 김 선수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어쩌다 한 번 준 기회를 완벽하게 살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고작 한두 번의 기회만 준 후, 그때 선수들이 못한다고 다시는 기용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지도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발탁한 선수를 믿는다면 그 선수가 잠재력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일도 지도자의 임무입니다.”
―지도자로서 오늘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무엇입니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후 몬테네그로의 부두치노스트 클럽에서 감독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그때 유럽 핸드볼의 훈련 방법과 참고 자료를 접한 경험이 지금도 큰 재산입니다. 옛 유고 연방의 정치적 불안만 빼면 운동 환경은 좋았습니다. 제가 여자 실업팀을 맡았는데, 실업팀(시니어) 산하에 주니어-청소년-유소년 팀이 차례로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키는 거죠.
물론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처음 도착하니 선수들이 하루에 1시간만 운동을 하더군요. 어이가 없어 훈련 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늘렸는데, 다음 날 훈련장에 갔더니 주전 선수 중 3명만 있었습니다. 현지인 코치가 와서 선수들이 파업에 들어갔다고 알려주더군요. 이런 감독 밑에서는 선수 생활 못하겠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클럽 회장이 어떻게 수습할 거냐고 묻기에 ‘난 내 식대로 한다. 주니어 선수 중 유망주들을 뽑아 경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불과 1주일 후에 몬테네그로 리그가 시작되는 상황이라 속으로는 저도 많이 초조했어요.
다행히 주니어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줘 첫 3주 동안 열린 9번의 경기를 모두 이겼습니다. 한 달이 지나니 주장부터 숙이고 들어오더군요. 제가 말했습니다. ‘좋다. 너희들을 받아준다. 그 대신 훈련은 2시간이다.’ 나중에는 그 2시간도 2시간 30분으로 늘렸습니다.(웃음) 엉겁결에 발탁된 주니어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늘어 주전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더군요. 성적요? 제가 맡기 전 유럽 핸드볼리그에서 8강에 올랐던 팀이 그 해에는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유럽 핸드볼은 어떤 점이 달랐습니까.
“여자 선수들의 연습이 끝나면 일부러 남자 클럽 팀 뒤에서 남자 선수들의 연습을 지켜봤습니다. ‘저 패스를 뭐 하러 연습하나’ 싶은 이상한 패스를 하고, 체력 훈련 방식도 매우 독특하더군요. 한마디로 훈련 자체가 매우 창의적이었죠. 당시 한국 선수들의 체력 훈련은 고작 12분 달리기 정도였어요. 하지만 스피드 지구력 훈련(셔틀런)을 포함한 다양한 체력 훈련을 보고 나니, 새삼 체력의 중요성을 알겠더군요. 거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도 강력한 체력 훈련을 바탕으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것 아닙니까.”
―올 2월 핸드볼 큰잔치 개막 경기에서 제자였던 임오경 감독에게 승리하셨죠. 경기 후 임 감독에게 “지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하셔서 화제가 됐는데요.
“임 감독은 대한민국이 다 아는 핸드볼 스타였습니다. 일본으로 건너간 후 선수로도, 감독으로도 계속 승승장구했죠. 배가 부른 사람은 원래부터 배고픈 느낌을 모릅니다. 하지만 한때 배고팠던 사람이 배부른 느낌을 만끽하면, 배고플 때가 어떤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다시는 배고프지 않으려고 기를 씁니다. 한국 핸드볼을 절대 만만하게 보지 말고, 배고픈 느낌을 계속 간직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
○ 임영철 감독은 누구?
고려고, 원광대를 졸업하고 1983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핸드볼 대표팀 코치, 1995년부터 여자 핸드볼 국가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애틀랜타부터 베이징까지 4번의 올림픽을 치르며 한국 여자 핸드볼을 세계 정상권에 올려놨다. 그가 이끄는 벽산건설은 2008, 2009년 2년 연속 핸드볼 큰잔치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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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상사는 자신이 특정 부하를 편애한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자신의 행동은 편애가 아니라 일 잘하는 사람을 자주 쓰는 ‘선호’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편애일 때가 훨씬 많다. 좋은 리더는 편애와 선호를 명확히 구분한다. 구분 기준은 모든 부하 직원에게 공정한 기회를 줬는가, 선호 인물 이외의 부하 직원들을 방치하지는 않았나이다.
▼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男女有別! 性호르몬이 쇼핑 키워드
여성은 남성보다 선물을 5배 이상 많이 산다. 애완동물을 키우거나, 말에 관한 스포츠 활동을 하는 사람도 대부분 여성이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을 위해 특별한 마케팅 전략을 마련한 회사는 별로 없다. 기껏해야 여성지에 광고를 하는 정도다. 여성들이 이런 제품을 왜 사고,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성호르몬의 차이를 아는 사람만이 물건을 팔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전쟁과 경영/로멜 장군이 성공한 까닭은
전쟁과 경영에서는 최저 비용으로 최고 효율을 달성하는 일이 승리만큼 중요하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을 지휘했던 로멜은 효율성 개선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누구나 포격에 대한 희생을 줄이려면 참호를 파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몇 발의 포탄이 떨어질 때 인력의 몇 %가 희생된다고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장교가 몇이나 될까. 로멜은 공격할 때도 거리, 지형, 방어 상태, 적군의 훈련 상황 등에 따라 얼마의 희생이 따르는지를 항상 연구했다.
▼Design Touch/자유로운 아파트, “숨 쉴 만하네”
네덜란드 건축가그룹 MVRDV는 현대의 과밀화 및 개인화 주거 문제를 고민하다 ‘미라도 하우징(Mirador Housing)’을 선보였다. 이 건물은 마치 컨테이너를 쌓아 올린 듯한 여러 개의 ‘미니 이웃’들로 이뤄졌다. 각각의 미니 이웃은 작은 커뮤니티를 이뤄 공동체 속의 삶이 왜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미라도 하우징 중간에는 다양한 행사를 열 수 있는 하늘공원도 있다.
▼위기관리 트레이닝/웹 2.0 시대의 소비자 불만 해결법
기업들은 과거 기업 홈페이지에 자사에 불리한 글이 올라오지 않도록 통제했다. 하지만 웹 2.0 시대에는 오히려 소비자의 불만을 홈페이지에서 자유롭게 논하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 불만을 경청하고, 회사의 대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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