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名감독은 선수들이 만든다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5분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은 원년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4강은 도저히 힘들다던 예상을 족집게 용병술로 뒤엎었다. 선발 라인업을 고치는 대로 선수들은 기대에 부응했다.

3루 수비가 불안한 이대호를 이범호로 교체하자 우려했던 공격력이 살아났다. 수비가 더 중요한 2루수이지만 정근우를 고영민으로 바꾸자 장타가 터졌다. 부진한 톱타자 이종욱을 이용규로 교체한 뒤 한국의 테이블 세터는 완벽해졌다. 추신수는 베네수엘라전에서 처음 우익수로 나가자 승리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김 감독은 “지명타자일 때는 부진하다가 수비를 하면서 공격력이 살아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의 예측은 딱 맞아떨어졌다.

그렇다면 김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은 다음 달 개막하는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이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확신이 서지 않는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두산 김경문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표팀에서 단추만 누르면 매끄럽게 작동되던 두 감독의 용병술은 국내 리그에서는 큰 효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화는 지난 시즌 후반기에 몰락했고,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SK에 무릎을 꿇었다. 왜 그럴까. 두 감독이 국내에서는 다른 지도자가 되는 것일까. 아니다. 바로 선수 구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김인식 감독은 대표팀의 하와이 전지훈련 때 이런 말을 했다. “확실히 선수들이 좋다. 한화 타자들은 어려운 코스에 볼이 들어오면 가만히 있는데 대표팀 타자들은 어떤 코스든 쉽게 방망이가 나오고 좋은 타격을 한다.”

선수들의 기량 차가 크다는 뜻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올스타 가운데 올스타들이다. 감독의 작전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사실 4강에 진출한 팀 가운데 한국처럼 선수 교체가 많은 팀도 없다. 일본도 선수 교체가 많은 편이다. 통상적으로 선수 교체는 지고 있는 팀이 먼저 한다. 하지만 한국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수를 바꾼다.

‘좋은 지도자는 선수가 만든다’는 말에 다시 한 번 고개가 끄덕여진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moonsytexas@hotmail.com


▲동아일보 이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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