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연차 수사’ 검찰도 與圈도 野도 진실 앞에 서라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거액을 받은 명단에 여야(與野) 정치권은 물론이고 검찰 간부까지 다수 들어 있다는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작년 7월 국세청이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직후 현 정권 실세들의 구명(救命) 로비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여권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추부길 비서관과 이종찬 전 수석비서관은 현 정권 초기부터 이명박 대통령 곁에서 국정에 깊이 관여했던 사람들이고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경우 대통령과 대학동기로 누구나 다 인정하는 측근”이라며 사건의 파장을 걱정했다.

박 씨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 핵심에 줄을 잘 대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추부길 씨에게 1억∼2억 원을 건넬 정도였다면 정권 실세나 검찰의 핵심 사정(司正)라인에 줄을 대기 위해 공을 들였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전 수석비서관은 구명로비에 관여한 일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일부 검찰 간부가 박 씨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검찰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직전인 작년 5월부터 박 씨의 휴켐스(농협 자회사) 헐값 인수 의혹을 내사하다 중단한 일이 있다. 박 씨는 몇 개월 뒤인 11월 대검중수부가 수사를 재개하면서 비로소 구속됐다. 이것도 석연치 않다.

검찰은 추 씨 정도를 구속하는 선에서 이 사건을 적당히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박 씨가 이 정권의 실력자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면 이를 다 밝혀내야만 후폭풍을 줄일 수 있다. 검찰이 지난 정권 실세나 당시 대통령 측근 관련 부분은 이 잡듯이 뒤지면서 ‘살아있는 권력’ 주변에 대해선 적당히 정치적 조율을 하려 했다가는 재수사를 하게 되거나 특별검사가 도입되는 수모를 겪을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경제 살리기 대결구도로 짜놓은 4월 재선거 전략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그러나 의석 한두 석 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아직 임기가 많이 남은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도 전모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야당도 ‘표적사정’ ‘야당탄압’ 운운하며 검찰 수사를 방해해선 안 된다.

과연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과 자체 조직에 대해 흔들림 없이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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