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盧 캠프의 돈 흐름

  • 입력 2009년 2월 17일 20시 11분


누구나 생활비가 필요하듯이 정치인과 정당도 정치활동을 하려면 돈이 필수이다. 그래서 ‘정치자금은 민주주의 비용’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모았던 수천억 원의 검은돈은 정치자금을 빙자한 부정축재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선거 때마다 주요 정치인이나 정당들의 거의 강압적인 요구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바친다. 흔히 하는 말로 ‘보험’을 드는 것인데, 자칫하면 정경유착의 멍에를 쓰고 기업도 망한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의 대선자금 의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2003년 대검 중앙수사부가 전면수사에 나서자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쓴 것의 10분의 1 이상 썼다면 대통령직을 내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검찰은 9개월간 수사한 끝에 한나라당이 823억 원, 노 캠프가 120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10분의 1보다 많은 7분의 1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은 퇴임 후 어느 강연에서 “검찰이 10분의 2, 3을 찾아냈더니 대통령 측근들이 ‘검찰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른다’고 했다”고 털어놓아 의혹을 키웠다.

▷송 전 총장의 말이 맞는다면 노 캠프 대선자금은 200억 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중간발표 직전에는 83억 원으로 집계되자 10분의 1로 짜 맞춘 느낌이 들어 30억 원을 더 보탰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삼성의 800억 원대 무기명 채권의 향방도 오리무중이다. 검찰은 한나라당에 324억 원, 노 캠프에 21억 원이 갔다고 발표했지만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 노 전 대통령은 형사적, 정치적 책임을 하나도 지지 않았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란 비난을 살 만하다.

▷노 캠프의 정치자금 창구로 알려진 386 출신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또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징역 1년에 추징금 4억9000만 원을 확정 받고 복역한 안 씨는 법정에서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정치자금을 받아도 되는 줄 알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엔 노 정권의 후원자였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게서 차명계좌로 수억 원을 받은 혐의다. 그들이 어떤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긴다는 뜻)로 검찰을 상대할지 궁금하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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