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글로벌기업 성공방정식이 깨졌다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주로 생산이나 물류 중심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우위를 보였던 중국 기업이 인터넷 산업 등 고부가가치 지식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선진 글로벌 기업을 앞서고 있다. DBR 자료 사진
주로 생산이나 물류 중심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우위를 보였던 중국 기업이 인터넷 산업 등 고부가가치 지식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선진 글로벌 기업을 앞서고 있다. DBR 자료 사진
지식산업에서 다국적 기업 압도한 개도국 기업… 원가 경쟁력에서 개도국 앞선 다국적 기업…

《중국의 인터넷 검색과 경매 사이트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던 구글과 이베이는 최근 현지 업체 바이두(百度)와 타오바오(淘寶)에 1위 자리를 각각 내줬다.

현재 중국 저가 평면 TV 시장을 장악한 기업은 극심한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샤프 등이다.

전통적으로 선진 다국적 기업은 고부가가치의 지식 집약적 산업에서, 개발도상국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 방정식이 깨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 원가 측면에서 개도국 기업을 따라잡고, 개도국 기업이 지식산업에서 다국적 기업을 압도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판카즈 게마와트 IESE 경영대학원 교수와 토마스 하우트 홍콩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세분화된 시장 변화를 빠르게 따라잡고 △비용 중심의 전략을 보완하며 △산업 가치사슬을 재편함으로써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21호(11월 15일자)에 논문 전문을 번역해 소개한다.》



○ 통념 깬 中 기업의 선전… 구글도 이베이도 ‘무릎’

최근 중국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당당(當當)은 현지의 열악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감안해 현금 결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앞섰다.

바이두는 △복잡한 화면 구성 및 광고 중심의 무료 모델을 선호하는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의 특성 반영과 함께 △업계 최초로 자사 서버를 자기 검열하는 검색엔진을 도입해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구글을 따돌렸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현지의 세분화된 시장 변화를 재빨리 예측하고, 사용자들의 행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함으로써 이 같은 성공을 거뒀다고 논문 저자들은 분석했다.

인도의 풍력발전 터빈 제조업체인 수즐론에너지는 현지 고객 특성을 파악해 성공한 사례다. 수즐론은 풍력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현지 발전소들이 빠른 속도로 에너지를 산출해야 한다는 점을 파악해 발전소의 토지 허가 취득 및 유지, 에너지 판매에 도움을 주는 일괄 턴키 판매 방식을 도입해 선진 업체들을 앞섰다.

인도 이동통신업체 바르티에어텔은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한정된 부분만 전문화하고 나머지는 외주 조달함으로써 선진 다국적 기업을 누르고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정보기술(IT) 서비스는 IBM에, 통신망 개발 및 경영은 에릭손, 노키아, 지멘스에 맡기는 방식을 택한 것.

저자들은 “신흥 시장의 다국적 기업은 자신들이 가장 유리한 부문에 가치사슬을 배치하고, 선진 전문업체와 협력해 그들의 경영을 통해 최대한 글로벌화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P&G, IBM 등 시장별 대응으로 현지 경쟁력 확보

P&G는 중국 시장을 세분화해 시장별로 다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절약형, 농촌 고객 등으로 고객층을 세분화해 각각을 공략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

또 현지 상품 개발자를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로 파견해 현지 시장을 위한 분야별 상품을 개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P&G는 중국의 저가 제품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총 16가지 상품에서 현지 1위를 달리고 있다.

IBM과 액센추어는 인도에서 사업장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더 높은 임금으로 현지 인재들을 영입함으로써 자사 비용을 낮추는 한편 현지 경쟁사들의 비용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저자들은 “선진 다국적 기업은 신흥 시장에서 현지 기업의 비용 구조를 최대한 유사하게 반영하고, 현지 인재를 고용해 현지 기업들의 비용 우위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키아와 삼성, 지멘스 등도 비용 구조를 현지화하고, 중국 인도에 경영진의 의사 결정을 집중하며, 이들 국가에 더 많은 사업장을 건설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다.

노키아는 중국 현지 영업 및 마케팅을 위한 특허 IT 플랫폼을 개발하고, 현지 생산 설비를 확대해 현지 업체 대비 비용 열세를 좁혀 중국 휴대전화 시장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개도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선진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디자인과 혁신에 주력하는 한편 자사의 핵심 강점을 활용해 해외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중국에서 확보한 자재, 디자인, 공장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업체를 인수해 수출 기업으로 성공을 거둔 자동차 부품업체 완샹(萬祥), 펄 리버 피아노 등이 대표적 사례다. 완샹은 미국 등 세계 30여 개 업체를 인수해 유기적인 생산 라인을 구축했고, 펄 리버는 독일 고급 피아노 브랜드를 인수해 작지만 내실 있는 시장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

저자들은 “선진 다국적 기업은 글로벌 노하우의 이점을 잃지 않는 동시에 현지 고객의 특성을 잘 반영해야 하고 경험이 적은 개도국의 다국적 기업은 선진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거나 이들 기업의 핵심 인력을 채용하는 방법으로 상대적인 취약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국내 최초의 고품격 실전형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1호(1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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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L Prism / 검은 백조 부르는 ‘사슬’ 끊어라

검은 백조 현상은 통계학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건을 뜻한다. 하지만 이런 사태는 막대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 기업은 과감한 리스크 파악과 평가, 관리, 감시 체제를 갖춤으로써 파괴적 결과를 가져오는 요소를 사전에 제거할 수 있다. 또 검은 백조 현상의 징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성과 지표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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