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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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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공무원의 쌀 직불금 수령 전면조사에 착수하면서 17일 오전 ‘적법 여부 판단 기준’이라는 걸 내놓았다. 6개항의 기준 가운데는 ‘공무원 신청 시 농지 소재 시군 또는 인접 시군에서 직계 존비속이 거주하면서 농사를 지은 경우’도 적법한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전날 농림수산식품부가 내린 ‘유권해석’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행안부에 재차 문의를 했다.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 한 행안부 측에서 잠시 후 전화가 걸려 왔다.
“아이고, 잘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적법’이 아니라 ‘상황별 조치’로 바꿔주세요. 그런 경우는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산 땅에서 농사를 지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고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었다면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겠죠.” 이건 또 무슨 애매한 말인가.
이날 오후 행안부에서 열린 정부 부처 및 16개 시도 감사관 회의에서도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김영호 행안부 제1차관은 회의가 끝난 뒤 “농림부와 협의해 판단 기준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불금 적법 환수 대상 기준의 원칙이 마련된 것은 22일 오후.
정부는 쌀 직불금을 실경작자가 신청하고 수령한 경우에만 적법이고 신청자가 실경작자가 아닌 경우나 농지를 타인에게 임대한 경우는 부당수령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발표했다. 다만 신청자가 실경작자와 같이 사는 동일 가구원이라면 ‘적법’, 같이 살지 않는다면 ‘환수’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처음에 나온 판단 기준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문제는 뒤늦게 판단 기준이 확정되는 바람에 자진 신고를 해야 하는 공무원이나 신고를 받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그동안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행안부가 명확한 기준도 없이 20일부터 22일까지 자진 신고 기간을 발표한 탓에 각 지자체엔 공무원들의 문의전화만 폭주하고 제대로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침이 바뀐 22일에는 자진 신고를 끝낸 공무원들이 신고서를 되찾아가고 지자체는 신고서를 재분류하는 등 혼란이 계속돼 공무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행안부는 뒤늦게 “27일까지 자진 신고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체계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쌀 직불금 문제가 왜 터졌는지 짐작이 갔다.
김상수 사회부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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