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서영아]내일 모르는 韓, 40년후 준비하는 日

  • 입력 2008년 7월 10일 02시 59분


“2050년에 누가 살아 있을 거라고….”

9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에서 폐막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는 ‘2050년’이 환경 문제의 초점이었다. 2050년까지 전 지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장기목표를 놓고 국가별로 태도가 갈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40여 년 후를 상정한 목표에 아득함마저 느껴졌다. ‘2050년이면 오늘 모인 정상들은 대개 100세가 넘어 있을 텐데….’

도야코 G8 정상회의를 앞두고 두어 달 동안 일본 열도는 ‘환경’이란 화제로 들썩였다. 매스컴은 온통 환경 관련 캠페인과 기사로 넘쳐났다. 이산화탄소 삭감을 다짐하는 기업 광고가 전체 광고의 절반은 되는 듯했다. 말 그대로 일본은 ‘환경 선진국’에 미래를 걸기로 한 것처럼 보였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관료들을 물리치고 측근들과 만들었다는 ‘후쿠다 비전’에는 지난해 독일 하일리겐담 G8 회의 때 ‘진지하게 검토’하기로 약속한 ‘온실가스 2050년까지 반감’ 수준에서 더 나아가 60∼80%까지 삭감하겠다는 의지가 나타나 있다.

그러나 성선설에 기초해서만 세상 물정을 보지 못하는 기자적 습성 때문일까. 이 같은 움직임을 볼 때마다 막연한 의구심이 마음 한구석에 피어올랐다. ‘왜 과거 노예를 부리거나 식민지를 운영했던 국가들이 앞장서서 지구를 걱정한다는 걸까.’

나름대로 얻은 답은 이것 역시 ‘먼저 발전한 나라들이 계속 앞서 가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이다.

이번 G8 정상선언에 각국이 찬성을 했건 안 했건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세계적 대세다. 저탄소사회를 위한 전 지구적 노력에서 누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까.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태양광 패널 등 첨단기술을 미리 마련한 선발주자가 메리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요즘 환경산업과 관련해 ‘제2의 산업혁명’이란 말까지 나온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로 일본의 장기호황이 막을 내린 뒤 일본 경제를 부활시킨 것이 ‘쇼(省)에네(에너지절약)’였다는 건 유명한 얘기다.

그런 점에서 ‘2050년’을 가장 실감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루수쓰(留壽都) 국제미디어센터 주변에서 확인되는 일본인들의 노력의 흔적이었다. 95%를 재활용할 수 있게 지었다는 미디어센터 주변은 다각적으로 ‘친환경’을 호소하기 위한 하나의 작품이었다. 불과 엿새 사용할 이 건물에 30여억 엔이 투여됐다는 말을 듣고 경악하기도 했지만, 이 같은 건물을 지은 경험은 어딘가에 다시 활용될 것이다.

미디어센터 앞은 각종 ‘에코카(Eco Car)’의 경연장이었다. 초전도원리를 이용해 무공해 엔진을 개발했다는 한 중소기업은 10년 이내 실용화를 꿈꾸며 시험판 엔진을 단 차의 시승 행사를 펼치고 있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런 노력들 가운데 미래를 여는 새로운 무언가가 생겨나리라는 것도 분명하다.

9일 한국도 참여한 확대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신흥공업 5개국이 합의해 주지 않은 G8의 ‘2050년까지 반감’ 장기목표에 찬동했다. 한편으로 흐뭇하면서도 문득 걱정이 들었다.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국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중국이나 인도처럼 규모만으로 버틸 수 있는 형편도, 그렇다고 일본이나 유럽처럼 친환경적 시스템 만들기에 선진적으로 앞서 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2050년의 일까지는 몰라도, 가까운 미래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당장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지 않을까. 친환경 기술과 경험의 축적이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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