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지진피해, 中-日의 격차를 보며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10명 대(對) 6만9170명.’

14일 일본에서 일어난 이와테(巖手) 현 지진과 지난달 12일 중국 쓰촨(四川) 성 원촨(汶川) 현에서 발생한 지진의 사망자 수다. 16일 오전까지의 잠정 집계를 보면 무려 6900배의 차이가 난다.

물론 두 지진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우선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다. 원촨 대지진은 규모 8.0으로 이와테 지진의 7.2보다 힘의 크기가 30배에 가깝다. 원촨 대지진의 피해 면적은 남한 면적을 능가하는 10만 km²이지만 일본은 3개 현(한국의 1개 도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7000배 가까운 사망자 수 차이를 가져온 요인이 단지 지진의 규모나 힘의 크기뿐일까.

원촨 지진 발생 5일째인 지난달 16일 기자는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쓰촨 성 베이촨(北川) 현을 직접 취재했다. 건물의 80%가 무너진 그곳은 폐허 그 자체였다.

기자가 주목한 것은 붕괴한 건물들의 잔해였다. 철근을 아예 쓰지 않은 건물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자갈밭처럼 내려앉았고, 일부 철근을 넣는 시늉이라도 낸 건물은 그나마 건물 형태라도 알 수 있게 시루떡처럼 주저앉았다. 그러나 약간의 금만 갔을 뿐 의연히 서 있는 건물도 적지 않았다.

900여 명의 학생이 숨진 두장옌(都江堰) 시 쥐위안(聚源)중학교의 교실 2동은 허리가 동강나면서 무너졌지만 최근에 지은 과학 실습동은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결국 부실한 건물이 재해를 키운 셈이다.

교실이 무너져 505명의 학생과 교사의 목숨을 앗아간 스팡 시의 뤄수이(洛水)중학교를 지었던 건축업자는 “부실 공사로 사용 허가가 나지 않았는데 ‘관시(關係)’를 동원해 준공허가를 받아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중국 언론에 실토했다.

반면 일본은 이번 지진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으로 6434명이 사망했던 1995년의 한신(阪神) 대지진을 교훈삼아 규모 7.0 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건축 기준을 상향조정하는 등 치밀하게 대처했고 이번에는 적은 규모로 지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조 달러를 넘어 일본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앞으로 4, 5년이면 일본의 GDP를 능가할 추세다.

그러나 안전의식이나 생활의 질은 여전히 ‘10 대 69,170’만큼이나 큰 것 같다. 지정학적으로나 발전 단계에서나 두 나라 사이에 있는 한국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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