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응씨배 국가대표 선발전…백의 철옹성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1분


좌변에서 뻗어 나온 거대한 흑 대마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백진을 뚫고 또 뚫어도 첩첩이 백 세력이 버티고 있다. 눈에 불을 켜고 한 집을 낼 곳을 찾지만 백의 자세가 매우 단단해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백은 94, 96으로 그나마 흑이 집을 낼 수 있는 여지를 깨끗이 없앤다. 이 수순으로 흑은 자체에서 두 집을 낼 수 없게 됐다.

마지막 희망은 흑 대마를 둘러싼 백돌의 약점을 노려 수상전을 벌이거나 탈출로를 개척하는 것.

흑 209가 약점 찌르기. 백도 응수를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참고도 백 1이 바로 그런 수. 흑 6까지 하변 백이 거꾸로 죽는 모양이 된다. 그러나 백 210이 좋은 수.

흑은 다시 있는 힘을 다해 구불구불 백진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외부로 통하는 길이 막힌 이상 죽어라 안으로 파고들어 뭔가 꼬투리를 잡아야 한다.

흑 229 때 강동윤 7단은 잡았던 돌을 놓았다. 이제 더는 버틸 수 없다. 백 230을 보자 돌을 던졌다. 질기게 이어온 흑 대마의 삶이 끝났던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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