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08 +10 & -10]<28>선진국에선

  • 입력 2008년 5월 20일 02시 58분


태양열을 이용한 영국의 친환경 주택. 영국은 정부의 대대적인 캠페인을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 사용부터 태양열 활용까지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각종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고 있다. 자료 그린핑거스
태양열을 이용한 영국의 친환경 주택. 영국은 정부의 대대적인 캠페인을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 사용부터 태양열 활용까지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각종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고 있다. 자료 그린핑거스
英 “새는 돈 막자” 정부 끌고… 국민 밀고

에너지 효율 비교사이트, 세세한 지침까지 제시

단열재 교체비용 지원… 왕실도 리무진 교체 검토

영국인 토니 클램슨 씨 가족은 가전제품을 살 때 가격비교 사이트 대신 에너지 효율 정보 사이트를 먼저 찾는다. 정부기관인 ‘에너지절약트러스트’가 운영하는 이 사이트(www.energysavingtrust.org.uk)에는 냉장고와 TV, 전기주전자 같은 가전제품 관련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주로 에너지 효율 등급이 A+로 가장 높은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 주한 영국대사관에 근무하는 클램슨 씨는 전자제품을 살 때 외에도 가끔씩 이 사이트에 접속한다. 에너지를 아끼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각종 정보와 조언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이 중에는 집안 구석구석의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전기와 난방비 등을 아낄 수 있는지 주택 도면을 보여주며 알기 쉽게 설명한 것도 있다.

이런 영국인들의 에너지 절약 습관이 자발적인 동기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영국 정부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 함께 각종 캠페인과 대국민 홍보, 교육을 통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에너지와 환경=유럽의 에너지 정책은 환경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환경문제 대처를 미적거리는 미국과 달리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이 이슈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발간한 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영국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6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지난해 11월 ‘2011년까지 국내의 모든 전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로 교체한다’는 내용 등 구체적인 지침들을 제시했다.

에너지절약트러스트의 인터넷 사이트는 이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 국민은 누구나 여기에 접속해 자신의 집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낭비되고 있는지를 점검해 개선할 수 있다.

에너지절약트러스트의 로버트 매키넌 씨는 “단열재를 설치하고 벽의 빈틈을 막는 것만으로 1년에 250파운드를 아낄 수 있다”며 “온도를 1도 낮추면 난방비가 10% 절약된다”고 강조했다.

웨스트런던에 사는 헬렌 윌리엄스(28) 씨는 지난해 겨울 집의 창문을 모두 이중 창문으로 바꿨다. 낡아서 냉기가 스며들어 오던 창문틀을 새것으로 바꾸는 데 500파운드가 들어갔다. 이후 난방비는 예전보다 분기(3개월)당 20파운드가 줄어들었다.

윌리엄스 씨는 일간지 선과의 인터뷰에서 “꽤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난방비 고지서에서 실제로 청구비용이 줄어든 것을 보고 만족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아끼는 난방비가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구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바꾸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 전구는 기존 전구보다 전기 사용량이 80% 적다. 금액으로 계산하면 전구 한 개당 연간 7파운드를 절약할 수 있다.

영국 왕실도 버킹엄 궁전 내 전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으로 교체하고 리무진 차량도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자동차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연간 40여 차례 해외 방문길에 나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에게 여행 횟수를 줄이라는 제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지원도 받아요”=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치솟기 시작한 장바구니 물가는 영국인들이 에너지를 아끼도록 하는 또 다른 배경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난방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적극적인 에너지 정책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투자할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이들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로 ‘웜 홈(Warm Home)’ ‘웜 딜(Warm Deal)’ 등으로 이름 붙여진 프로그램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대 2700파운드까지 지원한다.

16세 이하의 자녀가 있거나 임신한 여성, 60세 이상의 노인 등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이 돌아간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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