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소기업 ‘비정규직 충격’ 누가 어떻게 줄일 건가

  • 입력 2008년 5월 16일 03시 03분


작년 7월 공공부문과 대기업에 ‘비정규직 보호법’이 적용된 뒤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량해고 사태가 불거졌다. 4월 현재 비정규직(임시직 및 일용직) 근로자는 1년 전에 비해 14만9000명 감소했다. 일부는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상당수는 아예 일자리를 잃었다. 비정규직들은 “보호법이 아니라 해고법”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주 국회 연설에서 “참여정부가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어 비정규직 850만 명을 양산해 놓았다”고 비판했다.

7월 1일부터 종업원 100∼299명인 중소·중견기업에 비정규직법이 적용되면 충격이 어떻게 나타날지 불안하다.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을 겪으면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붙잡아둘 여력이 작다. 경기 부진 속에 인건비 부담을 늘리거나 해고 과정의 마찰로 조업 불안을 겪어야 할 판이다.

대기업은 그나마 인건비 추가 부담 능력이 있고,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을 위해 일부 양보할 여유가 있기 때문에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경영 사정이 훨씬 나쁘다. 작년 말 노동연구원이 중소기업들의 비정규직법 대응 계획을 물었더니 37%가 ‘정규직 전환’을 꼽긴 했지만 ‘계약 해지’(18%), ‘외주’(10%), ‘사내 하청’(7%)이 적지 않았다. 내년 7월 이 법이 적용되는 종업원 100명 미만 중소기업 중 영세기업은 비정규직을 해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노사가 다 싫어하는 비정규직법을 무리하게 시행해 놓고 넉 달 만에야 노사정(勞使政) 토론회를 열고 그 뒤에 실태조사에 나섰다. 노 정부 내내 경제 현실을 무시한 설익은 정의감으로 일을 그르친 여러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난제를 넘겨받은 이명박 정부로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잘 풀어가야만 한다. 이 제도의 확대 시행을 코앞에 두고 지금처럼 계속 손 놓고 있으면 작년과 같은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를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시행을 늦추더라도 현장을 찾아가 기업과 비정규직의 고충을 충실히 들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 노동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무엇보다 무리한 비정규직법부터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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