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영희]근로자의 날, 열린 노사관계로

  • 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다. 이날이 되면 항상 함께 떠오르는 두 가지 영상(映像)이 있다. 먼저 1886년 5월 1일 하루 8시간 근로를 요구하며 미국 시카고 등지의 도시에서 총파업을 벌인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또 다른 한 장면은 1970년 당시 청년학도로서 경험하였던 전태일 분신사건이다.

비록 두 사건은 시대와 나라는 다를 지라도 한 사회가 산업 자본주의 시대로 진입하던 시기에 겪었던 아픔과 갈등을 보여준다. 안타까운 분신사건 이후 3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를 거쳐 선진화 시대로 도약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있다. 그간 우리나라도 법·제도상으로 노동기본권이 신장되는 등 일정한 성과를 도출했으며 외형상 노사관계도 안정화돼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 손실일수가 2배 이상에 달하는 등 여전히 대립과 갈등으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유가 급등, 국제 원자재 값 상승, 환율 변동 등 여러 경제적 악재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환경이다. 청년실업자만 해도 33만 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취업자 증가는 겨우 18만 명으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이렇듯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과 경제살리기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감안할 때 노사정의 역할은 더 막중하다고 하겠다. 경제살리기는 결국 근로자의 일터인 기업을 살리는 것이다. 그러기에 기업살리기에는 노와 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제 노사가 하나 되어 대립과 투쟁의 노사관계를 선진화된 상생·협력의 관계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선진화된 노사관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법과 원칙’의 준수다. 법과 원칙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 지켜져야 할 법치국가의 핵심가치임에도 아직 산업현장에는 이를 무시하는 불합리한 의식과 관행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노동법이 비록 이상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국제기준에 비추어 대체로 손색이 없다. 따라서 법부터 고치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일단 법을 지키면서 법·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

노사관계가 선진화되려면 법과 원칙의 준수 외에도 자율적 노사관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노와 사는 권리와 의무를 약속한 협력적 동반자로 서로를 인식해야 한다. 노사분규가 발생하기 전부터 노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갈등요인을 해소함으로써 분규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새 정부는 분규가 발생하더라도 직접 개입은 자제하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해 나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선진화된 노사관계는 궁극적으로 노사 상생의 협력관계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 다행히 최근 노동계 내부에서도 실용적 노동운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노사협력을 위한 희망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사실 노사 협력은 경영자가 먼저 대화의 창을 열고 열린 경영을 실천함으로써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야만 근로자도 경영상황을 이해하고 경영진과 뜻을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도 단기적 이해관계나 분배에만 너무 연연하지 말고 기업의 위기극복을 위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올해는 선진 일류국가 진입을 목표로 하는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노사관계도 그간의 불합리한 인식과 관행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진일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근로자의 날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노동의 보람과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축제의 한마당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영희 노동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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