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1000여 개의 차명계좌로 관리된 4조5000억 원이 계열사에서 빼돌린 불법 비자금이 아니라 이 회장의 사재(私財)라고 결론지었다. 삼성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김 변호사의 일부 불분명한 주장과 증거 부족, 의혹 당사자들의 부인 등에 따라 ‘사실 무근’으로 종결 처리됐다.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긍정론과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사안 자체가 오래돼 증거 확보가 어려웠고, 수사 인력 및 기간에 한계가 있어 누가 맡았더라도 그 이상 하기는 힘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검찰이 다시 수사할 수도 없고, 특검을 또 할 수도 없다. 국내외 경제 상황도 우리 사회가 삼성 문제로 소모적 논란을 거듭해도 좋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
삼성은 이 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그러나 글로벌기업으로서 대외 신인도에 큰 손상을 입어 향후 경영에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경영진이 특검팀에 불려 다니느라 올해 투자계획도 확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삼성이 전근대적 의사결정 행태를 청산하지 못한 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진 탈법을 해온 결과인지라 남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삼성이 내주에 밝히겠다는 경영쇄신안에는 철저한 자성과 투명 경영을 통해 윤리적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담겨야 한다.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글로벌기업의 명성에 걸맞게 경영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책이 나와야 한다.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인적 쇄신도 제대로 해야 한다.
삼성은 국내 600대 기업 투자의 25%, 수출의 20%를 떠맡아온 한국의 대표기업이다. 삼성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실적이 되고, 삼성의 실패가 대한민국의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이 특검 수사를 잘못된 관행과 적폐 청산의 계기로 삼는다면 국민기업, 글로벌기업으로 재도약하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 가능하다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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