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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6일 2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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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세상을 경험해보면 득이 될 사람이 어디 이 의원뿐이겠는가. 대통령 탄핵 역풍 덕에 쉽게 금배지를 달았지만 역시 이번에 줄줄이 낙선한 386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도 그럴 것이다. 그들은 21세기 청와대에서 1980년대 운동권 노래를 부르며 당선을 자축했다. 그런 시대착오적인 사고(思考)에 파묻혀 정치를 하다 보니 불과 4년 만에 정권을 잃고 결국 스스로도 실패하고 말았다. 50년 가는 정권 운운한 것은 자신들을 너무 모른 소치였다.
사람은 아는 만큼 생각하고, 아는 만큼 행동하기 마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영 딴판이다. 노 전 대통령이 판사, 변호사를 거치며 이념문제에 골몰할 때 이 대통령은 대기업 최고경영자로서 세계를 누비며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렸다. 이런 차이가 결국 두 사람에게 세계관과 국가운영 스타일의 간격을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일본이 일찍이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메이지(明治)유신 그 자체가 아니었다. 메이지유신을 이끈 주역들이 대규모 사절단을 구성해 1년여에 걸쳐 미국 영국 독일 등 구미 11개국을 돌아다니며 배우고 익힌 것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귀국 후 쓴 1085권의 ‘특명전권대사 구미회람’이라는 기록이 일본의 정신적 물질적 근대화를 이루는 기초가 됐다(신봉승의 ‘일본을 답하다’). 만약 당시 조선의 왕이 대신들을 이끌고 구미 시찰을 다녀왔다면 어땠을까. 세계 최빈국이던 대한민국이 산업화에 눈을 뜨게 된 것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서독 방문 때 아우토반을 보고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구상하고 실천한 것이 계기가 됐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정치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온 국민이 갈망하고 있는 경제 살리기도 따지고 보면 정치인의 손에 달렸다. ‘경세제민’(經世濟民·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이란 경제의 어원에서 보듯 경제와 정치는 수레의 두 바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어느 한 쪽이 망가지면 다른 쪽도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결국 나라가 부강해지고 국민이 잘살게 되는 것도 정치라는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야 가능한 일이다. 규제를 푸는 것도, 투자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도, 경제장벽을 허무는 것도 정치의 영역이다.
국가의 선진화도 정치의 선진화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여(與)든 야(野)든 정치권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부터 변해야 한다. 폭넓은 세상살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 유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기본이다. 스스로 파놓은 우물 속에 틀어박혀 독재와 반독재, 민주와 반민주,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라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정치인에게서는 기대할 게 없다. 18대 국회는 우물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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