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사이언스]치매에 걸려도 서럽지 않으려면

  • 입력 2008년 3월 19일 23시 20분


치매 유발 단백질
치매 유발 단백질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질환은 ‘치매’입니다. 제 자신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치매의 원인은 ‘베타(β)-아밀로이드 단백질’이라는 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가 90년대 말 찾아낸 또 다른 치매 물질은 10배나 독성이 강한 ‘C단 단백질’입니다. 뇌에 이러한 독성 물질들이 많이 쌓이면서 뇌세포가 파괴되고 결국 치매에 걸린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지난 호에 <노후 준비 잘하는 법>이라는 글을 썼더니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난 연금 넣을 돈이 없어. 애들 학원비 내기도 힘들어.”

이렇게 말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연금보다 재테크를 잘 해야 하는 거 아냐?”

전 이렇게 말하는 분들의 의견에 꽤 많이 동의합니다. 하지만 노후는 걱정하면서도 연금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분들에게 최근 읽은 ‘부자 강의(이영주 지음)’라는 책에 언급된 이야기를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집 빼고 연금 없이 현금으로 10억원을 가진 A할머니와 각종 연금으로 매달 500만원을 받는 B할머니가 있었습니다. A할머니는 이자에다 10억원을 조금씩 깨가며 아주 넉넉하게 살고 계셨고, B할머니도 연금을 받으며 역시 편안하게 살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두 분이 갑자기 치매에 걸리신 겁니다. 두 할머니의 자제들은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 살게 했습니다. 치료비는 할머니의 재산이나 연금으로 충당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자제들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A할머니의 자제들은 원금이 조금씩 줄어드는 걸 보면서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자기들이 물려받을 유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어느새 ‘어머니’대신 ‘그 노인네’라는 말이 늘었고, 말은 안했지만 ‘그만 돌아가시지’라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B할머니의 자제들은 연금 중 절반은 치료비로, 절반은 손자 학원비와 주택담보대출 이자로 사용했습니다. 이들은 늘 “오래 사셔야할 텐데”라고 말합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연금은 중지되기 때문입니다.

너무 극단적인 이야기라는 지적에 저도 동의합니다. 설마 그러겠습니까, 우리들의 사랑스럽고 효성 깊은 자식들이…. 더구나 과학자들의 전망에 따르면 치매약은 빠르면 10년 이내, 늦어도 20년 안에는 나올 것이라고 하니 안심입니다.

하지만 연금은 65세 이후에도 자식들에게 떵떵거릴 수 있는 수단입니다. 연금을 잘 준비했다면 평생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직장에 다니는 셈입니다.

월급은 연금에서 받고 실제 일은 하고 싶은 봉사나 취미에 쏟으면 어떨까요? 정말 즐거운 일을 필요한 만큼 월급 받으며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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