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장영근]‘한국형 달 탐사’ 인프라 구축하자

  • 입력 2007년 12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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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중국은 9월과 10월 각각 달 궤도 탐사위성 ‘가구야’와 ‘창어1호’를 발사했다. 미국과 옛 소련은 이미 1960년대 초부터 달 탐사를 시작했다. 미국은 마침내 1969년 우주인이 달에 착륙했다가 귀환하는 개가를 올렸다. 당시 두 강대국은 체제 경쟁과 과학기술 능력의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우주탐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이후 우주탐사는 막대한 비용과 우주탐사에 대한 타당성 논리의 부재 등의 이유로 시들해졌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미국 등 경제대국들이 우주탐사에 대한 목표 재설정을 통해 우주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재개하고 있다. 왜 40년 전에 벌였던 우주탐사에 너도나도 뛰어들까. 이번에는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도 가세하고 있다. 주인 없는 우주영토를 선점하는 자가 미래에 독점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얼마 전 정부도 우주개발 실천 로드맵을 발표했다. 향후 20년간의 인공위성, 발사체, 위성 활용, 우주탐사 기술 개발 전략 등이 포함됐다. 이 중 단연 이목을 끄는 우주개발사업은 달 탐사 계획이다.

우주탐사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특히 대형 액체로켓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우리로서는 우주탐사용 발사체 개발에 수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우주발사체 기술만 있다면 달 궤도에 위성을 띄워 달 표면의 영상을 촬영하고 달 지표면을 탐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을 수 있다. 2003년 유럽우주국은 ‘스마트-1호’ 달 탐사위성을 발사했으며 무게는 불과 360kg 정도였다. 전자소자, 소재, 전기추진시스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저가 소형 위성을 이용한 달 탐사도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달 탐사위성에 대형 추진시스템이 탑재되어 무게가 최소 2t은 됐어야 했다. 가구야와 창어1호 위성도 무게가 2∼3t이다.

중형급의 저궤도위성 발사체로는 제한된 무게의 달 탐사위성 발사만 가능하다. 창어1호의 경우 대장정 3A호를, 가구야의 경우 H2A 발사체를 사용했다. 모두 3만5786km의 정지궤도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대형 발사체다. 저궤도위성 전용 발사체의 경우 중대형 달 탐사위성 발사는 어려우며, 소형 위성의 발사에도 추가의 추진시스템 개발이 요구된다. 따라서 2017년 한국형 발사체의 개발 후에도 달 탐사용 발사체 개발에는 또 다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달 탐사위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구궤도위성 기술 외에 심우주(深宇宙) 통신, 위성용 전기추진시스템, 우주항법기술, 궤도설계 등 여러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 위성이 달 궤도까지 가면 통신이 제한적이 된다. 따라서 궤도위성을 추적하고 제어하기 위해 지구 여러 지역에 위치하는 심우주 지상네트워크를 이용해야 한다. 또 저궤도에서 발사체로부터 분리된 위성은 자체 추진시스템을 사용해 지구와 달의 전이궤도를 거쳐 달 궤도까지 진입해야 한다. 지구 궤도를 이탈할 때 초속 약 11.2km의 탈출 속도가 요구된다. 지구 궤도를 벗어난 위성의 위치와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항법시스템에 대한 기술과 경험도 전무한 실정이다. 이 밖에 달 궤도에서 각종 정보를 얻기 위해 탑재장비가 필요하다. 위성을 소형으로 만들면 초고성능의 탑재장비가 요구된다.

성공적인 달 탐사를 위해서는 관련 첨단기술, 시설, 장비 등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여기에 전문 인력도 중요하다.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충분한 타당성과 명분이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국민의 동의도 얻을 수 있다. 과학기술자는 우주개발 투자에 대한 국민의 우려 불식을 위해 개발비를 최소화하고 고부가가치의 기술 파급을 유도하는 등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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