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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2월 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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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관광산업은 어떤 산업보다 발전 속도가 빠르며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지금 하루에도 수백 편의 비행기, 기차, 자동차, 크루즈선이 지구촌 곳곳을 드나드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최근에는 출국과 입국을 허락하는 여권 및 비자 관련 절차가 간소화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일부 국가가 있다. 특히 이들 나라가 외국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주요 관광지여서 매우 안타깝다. 미국의 경우 2004년 1월에 미국 방문 시스템을 도입해 두 손가락의 지문을 스캔하도록 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부터는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을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걸쳐서 열 손가락의 지문을 스캔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일본의 경우도 지난달 20일부터 일본에 입국하는 16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문 날인과 얼굴사진 촬영을 의무화했다. 프랑스 정부는 장기 입국 비자를 신청하는 외국인에게 유전자(DNA) 검사를 요청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지금 추세로는 소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많은 국가가 외국인의 입국을 까다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프랑스와 같은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테러 방지 대책으로 입국을 까다롭게 한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학기술과 정보기술을 교묘히 활용해 외국인을 손쉽게 통제하려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에는 소수의 관광객이 입국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외국인 통제가 가능했으나 지금은 불특정 다수의 관광객이 입국과 출국을 빈번하게 하는 대량 관광시대이므로 여러 측면에서 자국민 보호 대책으로 외국인의 생체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지문, 홍채, 정맥, 음성을 이용한 생체인식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상업적 활용도 역시 커지고 있다. 생체인식 기술이 집적회로(IC)칩, 폐쇄회로(CC)TV,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다양한 전자감시 기술과 결합한다면 관광객의 위치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오리라 예견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세계의 평화를 바라는 평화주의자이다. 세계의 평화가 유지돼야만 안전하고 자유로운 관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왜 개인의 특성을 가장 완전하게 보여 주는 고유하고 민감한 정보를, 어떻게 이용될지도 모른 채 제공해야 하는지 실로 의문이다.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는 지문날인과 사진 촬영은 불평등 조치이므로 한국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상대국 관광객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저지르는 범죄가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그러나 나라의 안보와 질서 유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외국인의 생체정보를 취합하고, 위치추적을 통해 관리한다면 이는 잠재적으로 모든 외국인을 범죄자로 인식하는 셈이다. 자국민이 타국에서 똑같이 범죄자로 취급받는 부메랑으로 날아올 수 있으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이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생체정보를 사용하는 정책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조민호 한양대 교수 관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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