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NGO의 변질

  • 입력 2007년 11월 1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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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정부는 다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시장과 정부 사이에 있는 비정부기구(NGO)가 ‘시장의 실패’나 ‘정부의 실패’를 완충하는 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흔히 시민단체로 불리는 우리나라 NGO들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사회 양심의 상징 같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동아일보 조사에 따르면 NGO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지난 10년 사이 48.8%에서 21.6%로 추락했다. 각 부문 중에 최하위다.

▷시민단체 활동을 권력에 진입하는 지름길, 아니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해 온 상당수 활동가의 죄가 크다. 현 정부 집권 기간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반(反)국민적 운동을 해온 시민단체 사람들이 정권에 편입되거나 국민 혈세에서 지원금을 받기에 이르렀다. 남한 내의 과거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미주알고주알 새삼 들춰내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에 이용하면서 북한 내의 현존하는 인권 문제에 대해선 말 한마디 없는 세력도 시민단체를 자처한다. 일부 시민단체는 선거철만 되면 좌파의 권력 쟁취 또는 유지를 위해 흑색선전의 증폭기(增幅器) 노릇도 해 왔다.

▷쿠미 나이두 세계시민포럼(WCF) 사무총장이 2009년 세계NGO서울총회 준비차 방한했다. 그는 이런 NGO도 있다고 소개했다. 즉, 정치인들이 만든 PONGO(Politics+NGO), 기업인들이 만든 BUNGO(Business+NGO), 후원기관이 만든 DONGO(Doner+NGO), 가방 하나 들고 여기저기 후원금만 타먹는 BRINGO(Briefcase+NGO), 돈은 많은데 할 일이 없는 중동의 왕족이 만든 RONGO(Royal+NGO), 마피아들이 만든 MANGO(Mafia+NGO).

▷한국의 상당수 NGO 운동가는 정부가 모든 영역에 개입하는 ‘큰 정부, 작은 시장’을 선호한다. 이는 좌파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는 자신들의 경쟁력으로 파고들 공간이 없는 반면, 정부와 그 외곽 공공부문에는 줄만 잘 타면 비비댈 곳이 적지 않다는 사실 말이다.

허문명 논설위원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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