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탄소시장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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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래 가격은 28유로. 장중 한때 30유로까지 치솟았으나 선물옵션 만기일이 도래하면서 가격이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유가나 주식시장 뉴스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1t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에 붙은 가격이다. 2002년 탄소시장이 처음 형성된 유럽에서는 이런 뉴스를 자주 들을 수 있다. 2005년 암스테르담에 개장한 유럽기후거래소(European climate exchange·ECX)에서 배출권이 거래된 이산화탄소는 작년에만 4억5000만 t, 금액으로 90억 유로(약 11조 원)가 넘는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 따라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선진국은 1차 의무감축 기간인 2008∼2012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에서 5.2% 감축해야 한다. 어떤 나라가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하면 잔여분 배출권을 제삼국 기업에 팔 수 있도록 하고, 반대로 감축 목표를 못 지키면 배출권을 사거나 벌금(독일은 t당 40유로)을 물린다. 이처럼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돕는 시장제도다.

▷의무감축 첫해인 2008년이 다가오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고 있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의 20%를 줄이려면 배출권 가격이 t당 100달러는 돼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경제체제에서는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가 곧 돈이 되는 셈이다. 듀폰이나 셸 등 글로벌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대체에너지 개발 투자를 늘리는 것도 성장성이 높은 탄소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SK에너지는 울산 성암매립장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유엔에 등록하고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8월 출시된 국내 최초의 탄소펀드에 SK에너지, 포스코, 한국전력 등이 투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탄소펀드는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하고 거기서 확보한 배출권을 판매해 수익을 확보하는 펀드다.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체제로 발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 기업이 하기에 따라서는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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