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홍업 씨 4개월 만의 탈당, DJ 本色 드러냈다

  • 입력 2007년 7월 26일 2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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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의원이 그제 통합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에 입당한 지 4개월 만이고, 4월 25일 전남 신안-무안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지 3개월 만이다. 그는 내달 5일 출범하는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할 것이라고 한다. 배신과 변절이 우리 정당정치의 한 특성이라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

DJ는 지난주 김 의원이 탈당 의사를 내비치자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잘 판단해서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려면 범여권이 하나로 뭉치는 것 외엔 달리 길이 없다”고 강조해 온 DJ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분명했다. 김 의원의 탈당은 정당을 사유물(私有物)로 여겨 온 3김 정치의 부활로, 그 중심에 다시 DJ가 버티고 있음은 개탄스럽다.

김 의원은 순전히 민주당 덕분에 금배지를 달았다. 당초 그의 지지율은 다른 무소속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다시피 해 현장에 내려가 한 표를 호소한 끝에 이길 수 있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그를 공천하는 것부터가 마뜩잖았지만 DJ가 불러 “빨리 공천 확인을 해 주라”고 채근하는 바람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한다.

이로써 DJ의 본색(本色)은 더 뚜렷해졌다. 분신 같은 옛 민주당을 깨서라도 범여권의 대선용 대통합을 이뤄 자신의 의도대로 대선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DJ는 이미 “대통합에 걸림돌이 되거나 실패하는 지도자는 내년 총선에서도 실패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호남표를 의식해 감히 거역하지 못하는 범여권의 예비 대선주자들도 딱하지만, 호남을 볼모로 대선 판을 좌지우지하겠다는 DJ의 노욕은 안쓰러울 지경이다.

DJ는 입으로는 ‘정치 불개입’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훈수와 측근 동원을 통해 노골적으로 간여하고 있다. 범여권이 정권을 잡아야 자신의 정치노선 계승은 물론이고 신상 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절박감 탓으로 비친다. 목적을 위해서는 아들에게까지 정치적 도의를 헌신짝처럼 버리게 하는 그가 민주 지도자로 역사에 남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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