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쏘옥]‘합리적 기대 가설’…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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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체들에게 사전 노출된 정책은 ‘약발’ 떨어져

1815년 6월 중순. 영국 런던 증시는 영국 프러시아 등 연합군과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의 ‘워털루 전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연합군의 승리는 주가 폭등이, 패배는 폭락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19세기에 전투 결과를 먼저 알 수 있다면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때 ‘비둘기 통신’으로 연합군의 ‘승리’를 누구보다 먼저 알 수 있었던 로스차일드가 런던 증시에 나타났다. 아직 전투 결과를 몰랐던 투자자들이 그에게 주목한 것은 당연했다. 결과적으로 로스차일드는 독점적 정보로 투자 원금의 2500배를 벌었다.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까.

그는 보유 주식의 아주 일부만을 내다 팔았다. 투자자들은 이를 보고 ‘아, 연합군이 졌구나’라고 여기며 앞 다퉈 주식을 내던졌다. 연합군의 승전보가 전해온 것은 폭락한 증시에서 로스차일드가 주식을 거의 끌어 모았을 무렵이었다. 이 사례는 ‘영화로 읽는 경제학’(형설출판사)의 저자가 경제학의 ‘합리적 기대 가설(rational expectation hypothesis)’을 설명하려고 소개한 것이다.

합리적 기대 가설이란 ‘시행되기 전 경제 주체들에 알려진 경제 정책은 실제로 정책이 현실화됐을 때 기대됐던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론이다.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정보에 따라 미리 정책에 대응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예들 들어 정부가 이자율을 올리는 등 긴축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하는 경제주체들은 미리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저자는 마찬가지로 누구나 아는 정보, 혹은 대다수 투자자가 예측하는 방향으로는 주식투자에서 지속적인 성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증시에선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격언이 있다. 어떤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소문이 돌 때는 주가가 오르지만 정작 해당 기업의 좋은 실적이 발표되면 주가는 떨어지는 것도 한 사례다. 물론 이와는 상반된 견해도 있다. ‘주식 투자는 미인 콘테스트’라는 말이다. 심사위원은 미인 콘테스트에서 1등을 뽑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라, 누구나가 좋아할 수 있는 여자를 고른다. 이처럼 주가가 잘 오르는 종목이란 내가 아닌, 대다수 투자자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종목이며 이에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투자 철학이 실전에서 더 효과적일까. 안타깝게도 비(非)일관으로 일관하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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