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불법시위 부추기는 의원님들

  • 입력 2007년 2월 8일 03시 01분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 공장 증설 문제는 이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한민국이 먹고사는 경제 문제다. 하이닉스는 우리 국민의 문제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하이닉스 문제 관련 수질환경보전법 개정 공청회에서 축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이닉스 문제가 국민적 핫이슈가 된 이유가 그렇다. 세계가 피 말리는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고 기업은 이윤을 위해서는 국경도 쉽게 넘는 시대다. 13조5000억 원이 투자되고 약 6600명의 고용이 창출되는 하이닉스 공장 증설 문제는 분명 ‘우리 국민의 문제’다.

정부의 하이닉스 공장 증설 불허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은 것은 균형 발전이나 환경 문제가 덜 중요해서가 아니다. 특정 기업이나 특정 지역을 편들기 위한 것도 아니다. 단지 전체 국익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리의 유해성 논란 등 하이닉스 문제의 핵심 쟁점을 토론하는 이날 공청회는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일부 한나라당 의원은 이런 공청회를 ‘그들만의 규탄대회’로 변질시킨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법을 개정하려면 시간이 많이 든다. 군사독재 그만두라고 (투쟁)할 때 법 만들어서 했느냐. 김 지사와 경기도민이 다 머리 삭발하고, 고속도로에 일주일만 드러누우면 끝난다”고 말했다. 본의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불법 과격 시위’를 부추긴 셈이다.

심재철 의원도 “투쟁! 투쟁! 투쟁!”을 외쳤다. 오죽하면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투쟁’에 일가견이 있는 배일도 의원이 “다들 투쟁을 얘기하시니 저는 좀 부드러운 얘기를 하겠다”고 했을까.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 10여 명을 기다리느라 30분, 의원들의 ‘선동적 연설’을 듣느라 30분이 흘러 버리자 ‘진짜 공청회’를 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사회를 맡은 차명진 의원은 “제가 5분간 개정안 설명을 했으니 전문가 네 분은 2.5분씩 발언해 달라”고 했다. ‘진짜 공청회’가 끝난 낮 12시 반 무렵까지 자리를 지킨 한나라당 의원은 이천이 지역구인 이규택 의원과 사회자인 차 의원뿐이었다.

부형권 경제부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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