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민주화 과정에서 ‘반정권’과 ‘반국가’ 사이에 구분이 분명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1970년대의 민주화운동이 1980년대 반미운동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주사파를 비롯한 친북 좌파까지 ‘진보’라는 이름 아래 함께 용해되기도 했다. 그 여파로 지금도 우리는 ‘진보’에 대한 모호한 정의(定義)와 환상 속에 빠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간첩들까지 ‘진보’로 포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반도의 국가적 정통성이 북에 있다고 믿고, 김정일 집단의 적화(赤化) 통일에 동조하는 세력은 실정법에 따라 엄히 다스려야 한다. 김정일 집단의 하수인으로 대한민국의 국기(國基)를 흔드는 세작(細作)일 뿐이다. 차제에 옥석(玉石)을 가려야 한다. 진보세력의 탈을 쓴 간첩이 활개 치도록 더는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진보진영 또한 스스로 이들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검찰은 ‘일심회’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지만 얼마나 철저히 파헤칠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어제 “간첩을 잡으면 뭐 하나.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다 풀어 주는데…”라고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정부가 간첩사건을 어떻게 다뤄 왔는지를 보여 주는 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사이비 진보진영의 ‘역(逆) 공안 공세’에 밀려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도 명색이 공당이라면 ‘진보세력 탄압’이라는 식의 억지 주장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사죄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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